수능이 불과 십여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11월 12일 목요일
수능생들이 열심히 공부한 만큼 모두가 다 1등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혼인잔치의 비유를 통해서 행복한 사람과 참으로 행복한 사람을 구분하고 계십니다.
행복한 사람은 잔치에 친구나 형제나 친척이나 부유한 이웃을 부르는 사람이고
참으로 행복한 사람은 그 잔치에 가난한 이들, 장애인들, 다리저는 이들, 눈먼이들을 초대하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쉽게 이해하자면 되돌려 받을 수 있는 이들에게 베푸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지만
되돌려 받을 수 없는 이들에게 베푸는 사람은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행복한 사람과 참으로 행복한 사람에 관해서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먼저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행복한 사람이란 갑자기 크게 성공하거나 명성을 얻은 사람이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열심히 노력하면 노력한 만큼 삶이 윤택해지고 우리의 바람이 충족되는 삶을 사는 사람들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비유하신 세 부류의 사람들이 이런 행복한 사람의 유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첫번째 사람은 "내가 밭을 샀는데 나가서 그것을 보아야 하오" 하고 말했습니다.
보는 것 만으로도 행복하고, 보고만 있어도 배부를 것이니 당연히 행복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두번째 사람은 "내가 겨릿소 다섯 쌍을 샀는데 그것들을 부려 보려고 가는 길이오. 부디 양해해 주시오" 하고 말했습니다.
시간이 모자라 한눈 팔 겨를이 없을 정도로 바빠지기 시작하니 얼마나 가슴벅차고 뿌듯하고 행복한 일일까요???
세번째 사람은 "나는 방금 장가를 들었소. 그러니 갈 수가 없다오" 하고 말했습니다.
당연한 말씀입니다. 누가 뭐래도 행복한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이들보다 더 행복한 사람이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오늘 복음 바로 다음에 이어지는 예수님을 따르는 이들입니다.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누구든지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내 뒤를 따라오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고, 누구든지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루카14,25-35)
그런데 당신을 따르는 이들의 삶은 진복팔단으로 요약됩니다.
첫째 마음이 가난한 사람에게는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니 행복하다고 합니다.
슬퍼하는 사람에게는 위로가
온유한 사람에게는 땅이
올바름에 목마른 사람에게는 만족이
자비로운 사람에게는 자비가
마음이 깨끗한 사람에게는 하느님의 모습이
평화를 이루는 사람에게는 하느님의 자녀가
옳은 일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에게는 하늘나라가 주어질 것이니 행복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실재로 그럴까요???
실재로 그런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에게는 하늘나라가 주어진다고 하지만 실재로는 마음이 가난하면 그 마음 속에는 하늘나라가 아니라 삭막한 사막이나 광야가 펼져집니다.
그리고 슬퍼하는 사람에게는 위로가 아니라 구박맞기 일쑤입니다.
또한 온유한 사람에게는 땅이 주어지는 것이아니라 사람이 온유하면 그나마 있는 땅도 쉽게 빼앗기게 됩니다.
자비로운 사람도 마찬가지 입니다. 자비를 입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자비로우면 그 사람 밑두리까지 다 벗겨가서 거들내 버립니다.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은 하느님을 뵈옵는 것이 아니라 착한 사람 곁에는 항상 악마들이 먼저 나타납니다.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리는 것이 아니라 평화로우면 한량이라며 놀리거나 게으르고 나태하다고 손가락질 합니다.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르거나 올바로 살기위해 박해를 받는 사람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흡족함이나 하늘나라가 아니라 굶주림과 감옥살이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는 어찌하여 이런 이들이 행복하다고 하셨을까요???
세상 돌아가는 원리로 보자면 불행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인데 어찌하여 이들이 행복하다고 하셨을까요???
사실 진복팔단에서 행복과 참행복은 구분되기 시작합니다.
되돌려 받을 수 있는 보상이 어디에 있느냐는 것입니다.
베풀어진 그곳에서 되돌려 받게 된다면 이것은 보물이 베풀어진 곳에 쌓이기 때문에 행복할 것이고
그 보상이 이 곳이 아닌 저 하늘에 쌓여 있게 되면 행복한 사람이 아닌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이라는 애기입니다.
에이~~ 그러면 참 행복이 그런 것이라면 나는 참으로 행복하지 말고 그냥 행복하면 좋겠네요 하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두가지 이야기를 통해서 행복한 사람과 참으로 행복한 사람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본다고 하지요???
그래서 어떤 참새가 열심히 노력해서 다른 동료들보다 더 높이 날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 높은 곳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니 자랑스럽고 마음이 뿌듯해 졌습니다.
그래서 계속해서 높은 곳에서 머물고 있는데 어디선가 꺄르륵 꺄르륵 하며 즐겁게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래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저 아래서 날고있는 참새들이 함께 웃으며 기뻐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높이 나는 참새는 생각했습니다.
남들보다 높이 올라가고 또 그만큼 더 멀리 보는 것이 과연 행복한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아 보였습니다.
주위를 돌아다 보니 자기 옆에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가 꺽이고 풀이 죽어서 저 아래로 내려가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때 저 멀리서 독수리가 날아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대로 보고만 있다가는 자기는 물론 저 아래에있는 동료들이 모두 위험에 처하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독수리가 다가온다고 알렸습니다.
그 덕분에 참새들은 모두 안전한 곳으로 피했습니다.
동료 참새들은 높이 나는 참새에게 고맙다고 했습니다.
방금까지만 해도 기가 꺽이고 풀이 죽어서 불행할 뻔 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게 된 것입니다.
높이 나는 것을 그만 두려고 했는데 실은 그것이 아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와 비슷한 또다른 이야기 하나를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양치기 소년 이야기입니다. (늑대소년 이야기)
양들은 들판에서 풀을 열심히 뜯고있는데 양치기 소년은 언덕위 나무 그늘에 누워서 열심히 졸고 있었습니다.
졸다가 졸다가 너무 심심해서 언덕 위에서 이렇게 외쳤습니다.
늑대가 나타났다!!!
열심히 풀을 뜯다가 말고 양들은 모두 허둥지둥 도망쳐서 언덕위로 올라왔습니다.
언덕위에 올라와서 들판을 바라보니 늑대는 없었습니다.
늑대가 없는 것을 확인한 뒤 양들은 다시 풀을 뜯으러 들판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언덕위에서 소년은 또 외쳤습니다.
늑대가 나타났다!!!
이에 양들은 또다시 언덕위로 피신하였습니다.
이번에도 언덕위에 올라와 들판을 바라보니 늑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늑대가 없는 것을 확인 한 뒤 양들은 또 다시 풀을 뜯으러 들판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또 다시 늑대가 나타났다!!! 하고 소년이 외쳤습니다.
늑대가 나타났다는 소년의 외침을 듣고 양들은 콧웃음을 쳤습니다.
이번에도 거짓말일꺼야!!!
우리는 이 이야기들을 통해서 참으로 행복한 사람들이 과연 누구인지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보는 것은 부러움의 대상, 선망의 대상이기 때문에 행복한 일입니다.
하지만 높이 나는 것이 행복한 일은 될 수 있을 지언정 높이나는 것 자체가 참으로 행복한 일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참 행복일까요???
참 행복이란 높이 날아서 멀리 볼 수 있을 때에 그 일이 외롭고 고독하더라도 참고 인내하는 것이 참 행복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행복과 참 행복 사이에 고통과 시련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 고통과 시련은 우리가 열심히 노력해서 높은 사람이 되는 단순한 어려움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그래서 받아들이기도 어렵고 이해할 수도 없는 시련과 고통이 행복과 참 행복 사이에는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냥 행복은 나 자신만 열심히 노력만 하면 되지만 참 행복은 자신만의 노력으로 도달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노력해서 얻은 명성에 십자가를 씌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행복은 나만 행복하면 그만이지만 참 행복은 다함께 행복해야 참 행복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하루 예수님 안에서 되돌려 받을 수 있는 이들에게 베푸는 일은 조금씩 줄여나가고
되돌려 받을 수 없는 이들에게 베푸는 일을 더 많이 실천하여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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