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중복이 다가오는데요.
무척이나 덥습니다.
비가 많이 내려서 그런지 아주 습하면서 더우니 가만히 앉아있어도 땀이 흘러내리는 날이 계속되고 있어서 움직이는데 상당히 불편스럽습니다.
이맘때에 시골에서는 논두렁을 베는 시기인데요.
낫을 들고 논두렁을 베다보면 이쪽 논과 저쪽 논 사이를 오고가며 사방 우글거리는 생물들로 요란스럽습니다.
비록 후덥지근한 날씨가 우리에게는 다소 불편스러울지는 몰라도
하느님께서 손수 마련하신 햇볕과 더위와 비로 인해서 더 많은 생명체들이 풍성하게 자란다고 생각하면 그다지 못참을 일도 아닙니다.
만약 여름철에 이렇게 좋은 자연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한다면 가을에 거두어들일 것이 별반 없을 것입니다.
알알이 영근 낱알보다 쭉정이가 많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밀밭 사이를 지나가시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예수님께서는 큰 길을 놔두고 밀밭 사이를 질러 가셨을까요?
이어지는 복음에 의하면 예수님께서는 회당에 가시는 길이었습니다.
회당에서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또한 예수님께서 밀밭사이를 지나가게 된 것은 그날이 안식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살펴보면 안식일에 회당 한 군데만 가신 것이 아닙니다.
선포할동을 시작하실 때에 제자들에게 모든 고을과 마을을 두루다니시며 회당에서 하늘나라의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고 분명히 말씀 하신 바가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보면 안식일은 엿세동안 멍애를 쓴 다음 그날만큼은 멍에를 풀고 하느님을 만나는 날입니다.
즉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가는 파스카 축제를 지내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이 생명으로 건너가는 파스카 축제는 타작마당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기도합니다.
이때에 키를 손에들고 알곡과 쭉정이를 가려내듯이 생명으로 건너가는 사람과 죽음에 내버려질 사람이 가려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예수님과 제자들은 배가 고팠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분의 제자들이 밀 이삭을 뜯어 먹었습니다.
들고다니던 빵 한조각이라도 없었을까 싶습니다.
오죽하면 밀 이삭을 뜯어 먹을 정도였을까요.
제자들은 너희는 떠날때에 아무것도 지니지 말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철저히 지켰던 것입니다.
분명히 예수님과 그 일행은 겉으로 봐서는 안식일에 해서는 안되는 일을 한 것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좀 다릅니다.
아무리 안식일이라도 배고프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그리고 안식일이라고 해서 먹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결코 타작마당의 소에게는 망을 씌워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아무일 안하고 가만히 앉아있기만 해도 배가 고픈데 이곳 저곳 다니시면서 병자를 치유해주시고 복음을 선포하시는데야 두말 할 것도 없는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예수님과 그의 일행은 지금 안식일에 해서는 안될 일을 하신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파스카 축제때에 무엇을 먹게 되면 허리에 띠를 매고 발에는 신을 신고 서둘러 먹어야 했습니다.
결국 예수님과 제자들은 안식일에 해야할 일을 하신 것입니다.
추수 일꾼들에게 정작 중요한 음식은 주지 않은채 생명의 축복만 받아 챙기는 바리사이들의 위선이 오히려 안식일에 해서는 안될 일에 속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을 챙기기보다 사람을 먼저 챙기시는 분입니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늘 예수님 안에서 우리 자신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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