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입회하여 지원기를 보낼 때에 이태리에서 오신 마리오 수사님이 계셨습니다.
그런데 형제들과 함께 잠깐 외출하는데 저 멀찍이 창고쪽에서 수사님이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형제들은 가던길을 돌아 좁은 계단으로 방향을 바꾸어 마당을 빠져나갔습니다.
저도 따라가기는 하였지만 처음에는 왜 그러는지를 몰라서 물었습니다.
들어보니 마리오수사님과 마주치면 일을 시킨다는 겁니다.
딱 5분이면 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시작하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계속해도 끝나지 않는다고 다들 소리높였습니다.
그래서 지원자들은 마리오 수사님과 마주치면 이제 죽었구나 하고
마리오 수사님은 지원자들을 보면 아! 살았구나 했던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죽음을 묵상할 때 어떤 생각들을 하게 됩니까?
단 딱 사흘간만 죽는다면 어떤 묵상들이 떠오릅니까?
오늘 제자들은 그것에 관하여 묻는것 조차 두려워하였다고 본문은 전해주고 있습니다.
사람은 너무 두려우면 아무것도 할 수없이 꼼짝 못하고 멍한 상태가 되고 맙니다.
예수님이 제자들과 함께 게쎄마니에서 기도하실 때를 떠올려본다면 죽음이라는 것이 우리를 얼마나 심각한 상태로 빠져들게 하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눕니다.
먼저 제자들에게 "너희는 여기에 앉아 있어라"하고 말씀하신 다음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만을 데리고 가셨습니다.
한 그룹이 떨어져 나가자 예수님께서는 공포와 번민에 휩싸이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좀 더 믿음직한 제자들인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에게는 당신의 심경을 비춰주시며
"내 마음이 괴로워 죽을 지경이다. 너희는 여기에 남아서 깨어있어라." 하고 간곡히 부탁하십니다.
그런 다음 앞으로 조금 나아가 땅에 엎드리시며 하실 수만 있으면 그 시간이 당신을 비켜가게 해주십사고 기도하셨습니다.
죽음이 얼마나 혹독하길래 예수님께서 그 시간이 당신을 비켜가게 해 달라고 청하는 걸까요?
당신의 죽음이 길어야 사흘이라는 것을 모르셨을까싶습니다.
딱 사흘간만 참으면 되는데도 말입니다.
그리고 그 전에 땅에 엎드리셨습니다.
사람이 땅바닦에 엎어져서 흐느끼는 경우가 일생동안 몇번이나 있을까요?
부모 형제들을 위해서는 그럴 수 있습니다.
화목한 가족의 도리이기 때문입니다.
또는 의인들을 위해서는 그럴 수 있습니다.
그들의 정의로움에 동참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정작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들의 모습일 수 있습니다.
제자들은 자신을 위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예수님을 위해서도 단 한시간도 깨어있지 못했습니다.
그 시간이 그들을 어서 빨리 비켜가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제가 원하는 것을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것을 하십시오! 하시며 자고있는 제자들을 깨우셨습니다.
당신안에 잠재되어있는 가장 작은 생명을 일깨우셨습니다.
외면하고 싶었던 그 순간을 넘어 아버지의 뜻을 완수하시기 위하여 일어나 가자고 힘주어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따르는 첫째가 되는 길을 알고 있습니다.
첫째가 되려면 누구든지 모든 이의 꼴찌가 되고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주님의 길을 따르는 것은 결코 첫째가 되려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 안에 잠자고 있는 작은 생명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어린아이와 같이 작은 생명을 일깨우는 일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그 잠재된 생명으로 다시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이름으로 그 생명을 받아들이면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이신 예수님을 받아들인다는 것을 알고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하루 예수님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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