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수녀님께 띠를 선물받았습니다.
수녀님이 직접 손수 떠서 만든 띠라 애착이 갔던지 계속 그것만 쓰다보니 하얀띠에 때가타서 시커멓케 되었습니다.
하루는 띠를 세탁실에 내고 다른 띠를 맨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띠가 너무 길어서 허리에 네번을 감아야했습니다.
수녀님이 떠 주신 띠는 몸에 맞고 적당히 길어서 허리에 두를 때 매고 풀기가 쉬웠는데 그 다른 띠는 너무 길다보니 약간안불편했습니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띠는 자기 몸에 맞아야 활동하기가 편안한 것 같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당신을 따르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말씀하십니다.
먼저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서는 허리에 띠를 두르고 따라야 합니다.
허리에 띠를 두른다는 것은 성경에서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일반적으로 봉사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체적으로 우리는 봉사직을 수행하는데에 있어서 자기식대로 합니다.
스스로 띠를 매고 가고 싶은대로 가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입니다.
그럴경우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면이 부각되기도 하지만 자칫하면 독단적이고 독선적인 활동으로 변질될 위험도 분명히 있습니다.
물론 베드로가 젊고 활력이 넘칠 때라고 생각하고 또 젊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 이해 못할 일도 아닙니다.
하지만 자신감이 자만심으로 변하면 봉사의 좋은 의미가 사라지고 말것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예수님께서는 나이가 들어 늙으면 이제는 스스로 띠를 맬 수가 없다고 하십니다.
근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무엇이든지 조심조심하고 왠만하면 일선에서 물러나려고 합니다.
그래서 겉옷을 두르고 띠를 매는 것을 거추장스러워하기도 합니다.
단지 자기는 참여하는데 만족할 것이라고 느끼게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봉사직을 수행할 육신의 힘이 없으면 의욕까지 감소되는 법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그럴 때가 바로 수동적인 봉사의 때라고 말씀하십니다.
젊을 때 스스로 원하는 대로 하던 힘있는 활동보다 늙어서 원하지 않는 곳으로 가야할 때에 오히려 우리의 봉사직은 영광스러워하신다는 말씀입니다.
이때야말로 우리 안에 성령이 임하시어 내가 아니라 성령이 활동하도록 나를 내어드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일 것입니다.
성령의 띠를 매고 하느님의 뜻에 더욱 일치할 수 있는 때입니다.
오늘 하루 주님의 봉사직에 불림 받은 신앙인들이 성령의 띠로 더욱 충만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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