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담장 속으로 따라진 빗줄기는
창을 두드리며 제 노래를 하염없이 발산했다.
뒤척이는 번거로움은 촉촉하게 멤돌고...
이른 새벽 선바람이 기지게를 켜며
준비된 상쾌함을 실어다 나른다.
누가 나를 알까,
폭우처럼 쏟아지는 매미들의 세찬 노래를.
나무 등걸에 매달려 지내던 번대기 시절
가늘고 정갈한 음정을 퀘퀘히 뽑아내며
실타래로 제몸을 마비시켜 응얼거린 노래를.
이젠 나를 알까,
귀를 뚫고 들어와 공명속을 휘젖는
들어도 들어도 마땅치 않은 준비된 노래로
마음과 정신을 헝클어 그늘 아래 뉘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