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은 첫째가는 계명에 대한 두가지 대답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대답과 율법학자의 대답입니다. 하지만 오늘 복음을 묵상하기 전에 예수님께서 부활신앙이 없는 사두가이와 부활논쟁을 하셨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활논쟁은 어제 복음인데, 어제복음은 예수님께서 부활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두가이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내용입니다.
“...‘나는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이다’... 그분께서는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시다...”(마르12,24-27)
이렇게 예수님께서 부활신앙을 설명하고 나자 이어서 오늘 율법학자 한 사람이 등장해서 예수님께 이렇게 질문을 합니다. 그렇다면 “모든 계명 가운데에서 첫째가는 계명은 무엇입니까?” 율법학자는 왜 이 질문을 했을까요??? 이렇게 질문한 율법학자의 의도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예수님께서 사두가이에게 부활신앙을 설명하실 때에 야훼 하느님을 일컬어서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이들의 하느님이라고 하시며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율법학자가 생각하기에 예수님의 부활신앙이 자칫하면 한 분이신 하느님이 아니라,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이라는 세 사람의 하느님인양 오해될 소지가 있어 보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율법학자는 예수님에게 부활신앙에 앞서 하느님은 유일하신 하느님이심을 상기시키기 위하여 첫째가는 계명을 물어본 것은 아닐까하고 생각해봅니다. 율법학자의 그러한 의도를 알아차리시고 예수님께서는 오히려 첫째계명에 이어서 둘째계명을 설명하십니다. 첫째도 사랑이고 둘째도 사랑입니다. 첫째는 하느님 사랑이고 둘째는 이웃 사랑이라고 하십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둘째 계명을 설명하신 뒤에 ‘이보다 더 큼 계명은 없다’하고 말씀하십니다. 첫째계명이 있지만 둘째계명인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한다’는 것이 더 큰 계명이라는 것입니다. 그러자 율법학자가 예수님께 “훌륭하십니다, 스승님” 즉 “참으로 대답을 잘하십니다”하고 말하면서 “‘그분은 한 분뿐이시고 그밖에 다른이가 없다’하시니 과연 옳은 말씀”이라고 또 한번 하느님은 한 분이심을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율법학자는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 모든 번제물과 희생제물보다 낫다고 합니다. 예수님은 사랑의 계명을 가르치시는데 율법학자는 그 사랑에 제물을 덧붙여서 가르치려 하는 것입니다. 율법학자가 이렇듯 신중고 민감하게 대답하는 것을 보시고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는 하느님의 나라에서 멀리있지 않다”
그런데 너는 하느님의 나라에서 “멀리 있지 않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여기서 멀리라는 말이 “가로/세로/길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기는 한데 “멀리 있지 않다”가 무슨 말일까요??? 가까이 있다는 말일까요??? 가까이 없다는 말일까요??? 분명한 것은 가깝다는 말씀 같은데 왠지 가깝지는 않은 느낌이 들기도 하는 것 같아서 율법학자로서는 약간 서운한 느낌이 들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냥 분명하게 너는 하늘나라에 있다. 혹은 가까이 있다. 혹은 하늘나라에 가깝다 라고 하면 될 것을 왜 멀리 있지 않다하고 애매모호하게 말씀하셨을까요??? 그것은 예수님께서 율법학자와 설전을 벌이지 않기 위해서가 아닐까합니다. 설전을 벌일 준비가 되어 있는 율법학자는 이런 예수님의 단순하면서 단정할 수 없는 말씀을 듣고 그 뒤에는 어느 누구도 감히 그분께 묻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사도바오로는 단도직입적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그분께서는 “다윗의 후손으로, 죽은 이들 가운데서 되살아나셨습니다. 이것이 나의 복음입니다.” 복음을 이처럼 짧고 간략하게 설명해주기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복음을 간략하게 설명하되 설전을 벌이지 말라고 엄숙히 경고하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설전은 아무런 이득 없이, 듣는 이에게 해를 끼칠 따름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 예수님 안에서 이보다 더 큰 계명을 실천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말씀한머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해 연중제10주일 마르3,20-35; 요한20,19-31; 요한3,1-8 (240609 상동성당// 250427 성포동성당// 250428 부산협력) (0) | 2024.06.08 |
---|---|
나해 연중제9주간 목요일 루카2,41-51; 2,41-52 (240608 스승// 241229 행운동성당) (1) | 2024.06.08 |
나해 연중제9주간 수요일 성보니파시오 마르12,18-27 (240605 리디아) (0) | 2024.06.05 |
나해 연중제9주간 화요일 마르12,13-17 (240604 디도) (0) | 2024.06.04 |
나해 그리스도의 성체성혈 대축일 마르14,12-16.22-26 (240602 바딸) (0) | 2024.06.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