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동성당 노숙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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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사랑과 이웃사랑에 관하여 대답하는 율법교사를 칭찬하십니다.
하지만 오늘 복음 전체적으로는 하느님 사랑 보다 이웃사랑에 초점이 맞춰져있습니다.
먼저 강도를 만난 사람은 예루살렘에서 예리코로 내려가다가 봉변을 당했습니다.
마침 사제와 레위인도 같은길로 내려가다가 봉변을 당해 초주검이 된 동료를 만났습니다.
하지만 사제와 레위인은 반대길로 달아나버립니다.
그러나 여행을 하던 사마리아인은 위험에 처한 그 사람을 간호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잠자리까지 마련하여 보호해 주었습니다.
여기서 두가지의 길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제와 레위인이 걸었던 길과 사마리아인의 길입니다.
사제와 레위인이 걸었던 길은 사마리아인에 비하면 불의함과 비겁함의 상징입니다.
하느님을 따르되 이웃사랑의 실천이 없는 길을 걸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제와 레위인이 걸었던 길은 하느님을 위한 사랑의 길로 볼 수 있습니다.
마치 마르타가 갖가지 시중드는 일로 분주하여 마리아의 도움을 호소하지만 마리아는 그저 예수님만을 바라보는 장면과도 흡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제와 레위인들을 옹호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그들은 예루살렘에서 온 마음으로 다하고 온 정신을 다하고 온 힘을 다하여 하느님께 시중들고 제사를 드리며 하느님 사랑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던 사람들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하느님 사랑에 심취해 있던 사람들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는 하느님 사랑 외에 다른 일들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런 사람들에게 어떤 판단도 내리지 않으십니다.
다만 강도를 만난 사람의 이웃이 되지 못했던 점에 관해서 '그렇다면 너희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며
하느님 사랑도 중요하지만 강도만난 이의 도움이 되어주지 못한 점을 부각시켜 주고 있을 뿐입니다.
왜냐하면 오늘 복음은 "그러면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하고 자신의 정당함을 드러내려는 율법교사의 부족한 점이 무엇이었는지 예수님은 잘 알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의 길은 여행을 하던 어떤 사마리아인이었습니다.
여행을 하는 사람은 사무적인 일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여행을 한다는 것은 순례길에 오른 사람과 같습니다.
순례자는 업무와 격식에 구속되지 않는 자유로운 사람입니다.
하느님 사랑을 이웃 안에서 찾는 사람입니다.
어떻게 보면 하느님 보다 이웃을 더 사랑할 수 있는 길로 초대받은 사람입니다.
사람에게 가까이 가는 사람입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상처받고 고통당하는 사람을 그냥 보아 넘기지 못합니다.
사람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사랑과 흡사한 사랑을 간직한 사람입니다.
마르타는 예수님을 맞아 들였는데 예수님은 보이지 않고
마르타 곁에는 배고픈 제자들만 몰려와 아우성을 칠 때에
인간적인 자비심이 극에 달할 지라도 끝까지 사랑 실천을 저버리지 않는
마르타의 모습이 사마리아인의 모습은 아닐까하고 생각해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오늘 강도를 만난 사람의 이웃이 되어준 사마리아 인은 다름 아닌 예수님 자신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예수님이 아니고서는 어떤 사마리아 인이 그런 자비를 베풀어줄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항상 순례자의 최종 목적지는 하느님 사랑이지만 그 순례 여정 중에는 이웃을 사랑에 더 목말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이 세상에 잠깐 여행을 왔다가 영원한 하느님 나라로 향해 가는 순례자입니다.
오늘 하루 예수님 안에서 이세상에 사는 동안 어떻게 사는 것이 더 하느님의 눈에 드는 일인지 잘 따져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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