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오늘 복음묵상은 제1독서에서 말하고 있는 핵심적 낱말을 반복적으로 떠올려 보는 것 외에 주저리 주저리 이야기 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입니다.
허무로다 허무, 허무로다 허무 모든 것이 허무로다!
그렇다고 오늘 강론을 여기까지만 하고 끝낸다면 짧아서 좋기는 하겠지만
여러분들께 너무 노골적으로 허무함을 안겨드리는 것 같아서 허무에 관해 조금 더 생각해보게 됩니다.
우리가 생각을 안해서 그렇지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생각이란 또 계속해서 떠오릅니다.
이 세상살이의 덧없음을 반복하며 외치는 듯한 허무라는 이 짧은 단어 속에서 코헬렛 임금의 비관주의적 행복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오늘 제2독서에서 사도바오로가 말하고 있는 '저 위에 있는 것을 추구함'과 일맥상통할 것입니다.
현세에서 희망이 없어 보일 때일수록 오히려 '위에 있는 것을 생각하고 땅에 있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 것이 그 비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상생활이 허무하다고 침묵을 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비전이 보이지 않는 세상일수록 앞날에 대한 희망을 열렬히 추구하면서 불의한 사회구조의 결과를 다양한 방법으로 고발해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어떤 사람이 예수님께 "스승님, 제 형더러 저에게 유산을 나누어 주라고 일러 주십시오." 하고 불만을 토로합니다.
이에 예수님께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 분배를 실천하는 일인지 알려주고 계십니다.
하지만 인간은 나누기 싫어서 더큰 창고를 짓고 그 곳에다가 쌓아두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은 용돈이 생기면 어디에 모아둡니까?
저는 용돈이 개인통장으로 둘어오는데요.
개인 통장이 생기기 전에는 용돈을 지갑에다가 넣어두었습니다.
다 못넣습니다. 다 넣으면 지갑이 잘 접히질 않습니다.
그렇다고 수도자로서 감당못할만큼 많은 액수는 아닙니다.
그래서 일부만 지갑에 넣어두고 나머지는 따로 한 곳에 보관해야합니다.
그러니 매월 이것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가 항상 고민이었습니다.
그런데 용돈이 통장계좌로 들어오니까 같은 내용이지만 느낌이 좀 달라졌습니다.
현금으로 받을 때에는 용돈받는 날이면 부자가 된 기분이었는데
통장으로 들어온 숫자를 바라보고 있으면 너무 헐렁해 보이는 겁니다.
아주 홀쭉해 보입니다.
만약에 인간이 만들어놓은 창고 중에서 가장 큰 창고가 있다면 그것은 은행통장일 것입니다.
지상세계의 모든 금액을 다 집어넣고도 빈 칸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지상의 통장이 있다면 천상의 통장도 있을 것입니다.
지하 통장까지는 모르겠지만 하늘나라통장이 있습니다.
천상의 통장은 지상의 통장과 분명히 다릅니다.
천상의 통장은 단 한칸밖에 더 필요가 없습니다.
그 곳에는 각자의 생명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자기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있지 않습니다.
문제는 재물이 아니라 생명입니다.
거 유일한 재산인 생명을 나눔으로써 비로소 하늘나라에 재산이 쌓이게 될 것입니다.
오늘 하루 예수님 안에서 생명의 곳간인 우리 마음 속에 그리스도를 모실 수 있도록 각자의 마음을 비워낼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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