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쓰는 속담 중에 '집에서 새는 바가지 나가서도 샌다'는 말이 있습니다.
바가지가 깨져서 금이 가있는데 아무리 꿰맸다고해서 안샐 리가 없다는 말입니다.
집안에서 샜으면 나가서도 샌다는 겁니다.
사람의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집안에서 무뚝뚝한 사람이 밖에서는 잘 웃는다거나
밖에서는 웃다가 쓰러지는 사람이 집에만 들어오면 침착하게 무게를 잡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물론 잠깐은 그렇게 할 수 있겠죠.
하지만 금방 본래 모습을 되찾아버립니다.
그래서 사람은 생긴대로 살고 또 그 본성은 바뀌지 않는다는 말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집에서 새던 바가지가 나가면 감쪽같이 안 샌다거나
아니면 집에서는 분명히 안 샜는데 밖에만 나가면 새는 바가지는 과연 없을 있을까요.
그러니까 집에서는 이랬다 밖에만 나가면 저랬다 하는 사람입니다.
아니 정서적으로 불안한 사람은 빼고요.
이런 사람은 줏대가 없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줏대가 없는 사람과
줏대가 없는 사람처럼 사는 사람은 엄연히 다릅니다.
줏대가 없는 사람은 수다쟁이일 가능성이 다분하지만
줏대가 없는 사람처럼 사는 사람은 예언자적 소명이 짙을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줏대가 있는대도 불구하고 줏대가 없는 사람처럼 사는 사람들에 관하여 이야기해 줍니다.
먼저는 요셉입니다.
사람들은 예수님의 가르치시는 모습을 보며 저 사람은 목수의 아들이 아닌가?라며 자연스레 예수님의 양부 요셉의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요셉은 말 수가 없는 사람처럼 살았습니다.
마리아와 약혼하였을 때에도 이런 저런 시비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서 그냥 남몰래 침묵으로 해결하려 하였습니다.
매일 돌과 나무를 지어 날라야 했으므로 많은 말이 필요가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절기에 맞추어 농사도 지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에서는 기르고 자르고 짜맞추는 일에 능통한 장인을 낮춰불러서 목수라고 했습니다.
자연의 모든 사물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 장인이자 목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목수의 아들이었던 예수님이 오늘은 회당에서 무엇인가는 몰라도 가르치십니다.
도대체 무엇을 가르치셨길래 사람들이 탄복하며 놀랐을까요?
본문에서 사람들은 예수님이 가르치실 때에 지혜와 기적의 힘을 느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느때에 지혜와 기적의 힘을 느낄 수 있습니까?
요셉은 모든 사물을 능통하게 다루는 목수였지만
그의 아들 예수님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물론 부친 어깨너머로 목수일도 배웠을 겁니다.
하지만 요셉은 예수님이 그렇게 자신처럼 목수일만 하며 성장하기를 원치 않았습니다.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일 때부터 줄곧 요셉은 예수님을 사람의 아들이 아닌 하느님의 아들로 여겼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자연 만물을 다스리는 목수 일보다는 사람의 영혼을 다스리는 하느님의 일을 하기를 바랐습니다.
사람의 영혼을 다스리기란 쉬운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때로는 예언자적으로 살아가야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면에서 요셉은 그 시대의 예언자였던 것입니다.
이어서 오늘 예수님께서는 예언자는 어디에서나 존경을 받지만 고향과 집안에서만은 존경받지 못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모습에서 예언자의 모습을 더욱 잘 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능력이 있지만 고향에서만큼은 능력이 없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어느 고을에서보다 더 많은 훌륭한 기적들을 일으킬 수 있었지만 그다지 많은 기적을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조금만 알아도 마치 많이 아는양 기뻐서 춤출때가 많습니다.
우리 자신이 지니고 있는 보편 예언직을 잊고 살기 때문입니다.
오늘 하루 예수님 안에서 우리의 예언직을 묵묵히 수행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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