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생활에로 부름을 받고 살아가는 것은
나를 완성시켜 나간다는 점에서는 의미 있는 일이지만
나를 형제들에게 드러내야 하는 고통이 따른다.
나는 원래 내 감정을 잘 표현 못한다.
그렇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겠지만
특히 가정환경이 지배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단칸방에서 6남매가 살았을 때는 서로에게 무척이나 짐이 되었던 모양인지
알아서 자기표현을 안 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졌었다.
어머니가 아들에게 배고프냐고 물어보면
아들은 그저 괜찮다고만 말했다.
배고프냐고 물어보는데...
배가 고프면 고프다고 말하고
안고프면 안 고프다고 말해야 하는데 대답을 회피한 것이다.
상대가 원하는 질문에 알맞은 답을 하는데 익숙해 져있지 않았다.
그렇게 자랐기에 수도공동체에서 살아가는 동안
형제들과 적지 않게 갈등을 겪어야만 했다.
그때그때 내 느낌, 내 감정을 분명히 표현을 해야 하는데
엉뚱한 대답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한 참 지나고 나서야 후회하며 아쉬워하기 일쑤였다.
식사 시간에 공동체에서 어떤 형제가 과일을 먹겠냐고 내게 물어보면
나는 먹겠다는 말을 못하고 연신 괜찮다고만 말했다.
시시콜콜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 형제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그 권하던 과일을 훌렁 먹어버린다.
그러고는 나는 그 형제가 남을 배려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국은 내가 내 자신에게 정당하지 못한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매일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 중에 사소한 일이라고 여겼던 일들이
이제는 중요하게 다가온다.
지금까지는 소소한 일들을 통해서
큰일을 이루시는 분의 뜻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이다.
이제 나를 완성시켜 주실 분께서
작은 일들을 통해서 나를 지켜봐 주시기에
당신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희망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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