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의 근원에 관하여 묻는 것은 성소의 시작일 것이다.
나는 신앙생활을 하기 전에도 내가 어디에서 비롯하여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곧 잘 생각했다.
하지만 그 근원에 관해서는 잘 모른다.
내가 태어나서 기억에 남는 가장 최초의 기억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나를 발견하는데 어떤 도움을 주는지도 잘 모른다.
전통이 있고 전승되어 오는 역사가 있지만 내가 최초로 본 것,
느낀 것, 기억한 것, 새긴 것보다 더 소중한 역사란 나 자신에게는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최초의 기억은 2살 때었다.
그 기억은 엄마 젖을 먹으러 엉금엉금 다가가는 나의 모습이다.
그런데 엄마 품에는 나보다 더 작은아기가 안겨있었다.
그 아기는 외숙모의 맏딸인데 나와 2살 터울이었다.
외숙모가 젖이 나오지 않자 아기를 어머니에게 데려온 것이다.
어머니는 앉아서 그 갓난아기에게 젖을 먹이고 계셨다.
나는 필사적으로 어머니에게 기어갔고 어머니는 앉아서 발바닥으로 내 얼굴을 밀고 있었다.
나는 더욱 힘을 써서 다가갔지만 소용없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나의 모습을 통해서 무엇을 발견할 수 있는가.
내가 젖 먹던 힘을 다해 나아가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는가.
또한 그렇게 향하도록,
기어가도록 누가 알려주었으며 누가 가르쳐 주었는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고,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것은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서 알고 있었는데
내가 태어나기 전에 나의 근원이신 분이
그런 상황에서는 그렇게 향하도록,
그렇게 기어가도록 내 마음에 새겨주셨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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