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을 맞이하는 공동체의 모습에서 새해를 시작하는 분위기가 감돈다.
아무것도 없이 말끔히 치워진 제대는 가난, 검소, 고독, 겸손을 상징하는 것처럼,
빈 무덤을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부활초에 불을 댕기는 일은 쉽지 않다.
숯에 불씨는 있는데 불꽃을 피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부활초에 불을 댕기는 일은 쉽지 않다.
라이터나 성냥을 긋듯이 머리로 불을 얻지 않기 때문이다.
부활초에 불을 댕기는 일이 쉽지 않은 것은
자지러진 마음속을 깊게 파고들어 불꽃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장작에 불이 붙었을 때에는 연기를 내뿜으면서 활활 타올랐다.
불꽃이 바람에 날려 가까이 갈 수 없을 정도로 열정을 다해 화력을 뽐냈다.
하지만 장작불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잠잠해진다.
이제는 자신의 온 몸에 재를 뒤집어쓰고
마음속에 벌건 불씨를 품으며 마지막 힘을 소진하련다.
그런데 왜? 불씨가 넉넉할 때, 풍부할 때, 일어날 때가 아니라
변변치 않을 때, 외소할 때, 자지러는 불씨에서 부활초에 불을 댕기는가
세상을 환하게 밝히신 분께서 한 처음에 알려주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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