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중이야기

하느님! 나를 지배하시는 분

jasunthoma 2011. 5. 8. 22:28

 

초등학교 5학년시절에 성당에 처음 나가게 되었다.

그 배경은 외가로 이사를 오면서부터다.

나는 외할머니의 강력한 말씀에 거역할 줄 모르고

당연히 성당에 나가야 할 줄로 알았다.

어려서부터 낯설지 않은 외갓집이지만 성당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불안했던 가정에서 자라며

세상에서 이리저리 휘말려 다니며 겪은 두려움과는 달리

성당은 차분한 분위기였다.

성당 대문위에 서있던 사도 바오로상이며,

성당 바닥이 마룻바닥이니 신을 벗고 들어가서

경건한 마음으로 앉아 있었던 기억이며,

첫영성체 때 붉은 포도주를 찍은 영성체가 너무 붉게 보여서

정말 피를 찍어 영하는 줄 알았던 기억이며,

성모의 밤 행사 때에 모든 신자들이 행렬을 하며

촛불을 들고 읍내 중심가를 돌며 묵주기도를 드렸던 기억이며,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전경들이 밀고 왔으나

성당 대문 안으로는 들어오지 못하며

안절부절하던 전투경찰들의 모습은 

내게 있어서 성당은 한마디로 모두가 신비롭고 평안함 그 자체였다.

특히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전경들과 시위대가 맞붙었다가

성당 대문을 경계로 서로 공방전을 벌이고 있을 때

나는 성당 안쪽에서 그 광경을 보았다.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곳에 내가 서있다는 느낌은

집없이 이곳저곳으로 이사를 다니던 나에게 어떤 확신을 주었고

그것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나를 지배하는 분으로 남아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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