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 -농부님의 마음- 03/11/27
추위를 많이 타는 낙엽,
바람에 몸을 맡기며 마당을 비비고 다니던 마른 낙엽들이
몹시 추웠는지 살짝 열린 성당 문 틈바구니를 비집고 안으로 굴러들었다.
오늘부터 며칠 동안 김장하는 일을 도와주라고 하셨다.
배추와 무를 다듬으니 마음이 풍성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크기가 작은 것도 좋아 보이고 벌래가 먹은 것도 좋아 보였다.
내 마음이 풍성하니 심고 뿌리고 가꾸고 거두신
농부님의 마음은 어떠실지 이해할 것 같다.
굵으나 가느나, 기나 짧으나, 흠이 있으나 모양이 좋으나,
벌래가 먹으나 혹, 한쪽이 떨어져 나가도...
한 결 같이 소중하고 귀여운 자식 같은 마음...
당신의 마음도 같은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