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한머금

가해 연중제12주일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마태18,19-22 사랑의 눈, 일치의 눈(20230625)

jasunthoma 2023. 6. 25. 09:33

언젠가 길을 걷다가 학교앞 횡단보도를 지나가는데 뒤에서 어느 수녀님 한분이 앞질러 지나가셨습니다. 언 듯 생각하기에 젊은 수녀님중에서 내가 아는 수녀님이려니 하고 수녀님께 다가가 인사를 드렸더니 내가 아는 수녀님이기는 한데 연세가 많으신 수녀님이셨습니다. 그런데 수녀님들을 보면 하나같이 나이가 젊어 보입니다. 왜냐하면 수녀복을 입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옛 수도복을 입은 수녀님들 사진을 보면 눈만 뜨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눈을 제외하고는 얼굴까지 모두 수도복으로 가렸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무슨 말이냐하면 우리 몸은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면 노화현상이 일어나서 젊은시절의 모습을 상실하게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눈만은 그렇지가 않다는 것입니다. 우리 신체중에서 유일하게 늙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눈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면 눈은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어도 늙지 않습니다. 오히려 눈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초롱초롱해집니다. 왜냐하면 사람이 지혜로워지기 때문입니다. 그 지혜로움의 광체가 눈을 통해서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형제와 헤어지고 갈라지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앞 뒤가 다르고 시간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의지가 다르고 견딤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계속해서 달라져가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면 서로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모두는 보이는 데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래서 우리 눈에 보이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일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일치의 장치가 바로 수도복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눈은 사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랑이 늙지도 변하지도 않듯이 우리 눈도 늙지 않고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일치하는데는 절대적으로 사랑의 눈길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서로 갈라질 때에 우리가 눈으로 보고 확인 했던 모든 것은 모두 겉으로 드러난 서로 다른 모습, 서로 달라져가는 모습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헤어지고 갈라졌던 모든 것은 서로의 눈을 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눈길 외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모든 것이, 모두가 달라졌고 다르고 달라져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라도 서로 눈과 눈이 만나야 합니다. 왜냐하면 눈 이외에는 우리가 일치할 수 있는 합일점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 소년병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