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순 시기만 되면 뭐 특별할 것도 없지만 아무튼 정리정돈을 한차례 합니다.
특히 책상 서랍 속에 들어있는 온 갖 잡동사니들을 꺼내서 버릴 것은 버리고 그대로 둘 것은 그대로 둡니다.
그런데 사순시기 동안 꼭 처분하는 것이 있다면 그간 모아둔 동전을 처리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레위라는 세리가 세관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나를 따라라 하고 말씀하십니다.
사실 레위와 세리는 어울리지 않는 면이 있습니다.
레위는 이스라엘의 열 두지파 중 한 지파로서 그들은 여느 지파들처럼 땅을 상속 받은 것이 아니라 직위를 물려받았습니다.
특별한 직위인 사제직이 그들 몫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레위라는 이름 자체로서 이스라엘 어디를 가든지 사제직을 수행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레위는 세리였습니다.
세리가 세관에 앉아있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어쩌면 그는 세관에 앉아있었지만 마음은 항상 제단에 머물러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그를 보시고 "나를 따라라"라고 말씀하시자 그는 모든 것을 버려둔 채 일어나 그분을 따랐기 때문입니다.
레위는 일만 하다가 생을 마감할 뻔 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평생을 앉아서 일만하던 세리가 예수님을 만나자 모든 것을 버려둔 채 일어나버렸습니다.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지금까지 그는 거룩한 갈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세관 일이 좋았고 또 돈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동족들로부터 죄인 취급을 받아가면서도 기꺼이 그 일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이 일만 한다면 내가 평생을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겠고 재산도 많이 모을 수 있을 것이니 돈 방석에 앉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그가 이제는 예수님을 따라나선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을 초대하여 자선을 베풉니다.
한 번도 남을 위하여 베풀어 본적이 없다가 갑자기 잔치를 베풀어서 그런지 사람들의 관심은 꽤나 컷던 모양입니다.
예수님과 제자들 뿐만 아니라 세리들과 다른 사람들이 큰 무리를 지어 함께 식탁에 모여 앉았기 때문입니다.
어제만 해도 그 시간이면 그는 세관에 앉아 있을 시간입니다.
먹지도 못하는 금붙이를 만지작거리며 홀로 앉아서 온갖 스트레스를 다 받고 있을 시간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그 시간에 그는 자기 집 식탁에 앉아있습니다.
잘 차려진 식탁에 많은 이들이 함께하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기쁜 것은 예수님이 함께 계시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레위를 격려해주고 기뻐해 주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경건한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이 보는 앞에서도 이제는 주눅들지 않습니다.
이렇게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면 어느정도는 다 굴곡이 있습니다.
궁핍하다가 풍요롭기도 하고 풍요롭다가 궁핍해지기도 합니다.
나쁜 일을 하다가 회개하기도 하고 좋은 일을 하다가 죄를 짓기도 합니다.
레위는 오늘 금붙이를 올려놓았던 탁자에서 일어나 천상 양식이 차려진 주님의 식탁으로 초대받았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불러 회개시키러 왔다."
즉 레위 한 사람은 비록 죄인이었으나 그를 통해서 불러들여진 많은 세리와 죄인들의 잔치를 비추어 보자면 레위라는 한 사람은 더이상 죄인이 될 수 없는 것입니다.
비록 레위는 스스로 죄인이라고 여기고 있었을 지라도 예수님의 눈에는 레위라는 건강한 사람 한 사람을 불러들여 수많은 병든 사람들을 고쳐주기를 원하신 것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눈으로 본 레위는 의인이었지 결코 죄인이 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를 통해서 죄인들에게 자비가 베풀어 졌기 때문입니다.
오늘 하루 예수님 안에서 화해의 식탁으로 초대받은 우리가 죽음의 길에서 회개의 길로 돌아서서 사랑과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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