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한머금

다해 부활제5주간 성필립보와성야고보사도축일 금요일 요한14,6-14 하느님 나라

jasunthoma 2013. 5. 3. 03:57

비안네 신부님이 작은 시골본당인 아르스에 부임하러 가다가 두 갈래 길을 만났습니다.

이쪽인지 저쪽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어서 두리번 거리는데 마침 저 멀리서 어떤 소년 하나가 밭에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소년에게 물었습니다.

"애야 아르스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하니?"

"이 길로 가시다가 오른쪽으로 가세요!"

"고맙다! 너는 나에게 아르스로 가는 길을 가르쳐 주었구나!

난 너에게 천국 가는 길을 가르쳐주겠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 하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은 길 진리 생명이시기 때문입니다.

아버지께 간다는 것은 하늘나라로 향한 길을 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자들도 예수님께서 그 길을 간다고 하시자 모두 심란하여 도무지 갈피를 못잡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자들은 예수님과 그토록 가까이 머물렀지만 예수님의 길을 한 번도 걸어보지 못했습니다.

예수님 안에 머물지는 못했기 때문입니다.

뭐든지 너무 가까이 있으면 보이지 않는 법입니다.

특히 내 안에 있으면 더욱 못봅니다.

남의 속 눈섭에 붙은 티끌은 금방 봅니다.

하지만 내 눈에 씌인 먹물은 안보입니다.

하물며 겉에 붙어 있는 것도 그런데 속에 들어 앉아 있으면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한길의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습니다.

내가 나 자신을 모른다는 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아버지 안에 계시고 또 아버지가 당신 안에 계신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내가 예수님 안에 있고 예수님이 내 안에 계실 수 있을까요?

어떻게 내 속에 계신 예수님을 볼 수 있을까요?

 

요즘 인기가 좋은 어떤 젊은 연기자가 처음으로 바보연기를 했는데 진짜 바보처럼 연기해서 찬사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기자들이 어쩌면 바보연기를 그렇게 잘 할 수 있습니까?하고 물었습니다.

그 젊은 연기자는 대답했습니다. 저는 단지 제 안에 있는 바보를 만났을 뿐입니다.

 

예수님이 하신 일을 우리가 할 때 우리가 예수님 안에 머무를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아버지의 일을 하신 것처럼

우리도 예수님의 일을 하면 됩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 있다고 말씀하셨듯이

우리 가운데에 아버지가 계시고 아버지 가운데 우리가 머물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기도하셨듯이 기도하고,

가난한 이와 병든 이의 곁에 계셨듯이 함께 머물면 가능합니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칠삭둥이와 같은 자신에게도 부활하신 예수님이 나타나셨다고 고백합니다.

어디 하늘에 계신 예수님을 만난 것이 아닙니다.

내 곁에 계시고 내 안에계신 예수님을 발견한 것 뿐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뵈온 것에만 머물지 않고 계속해서 예수님을 찾았습니다.

내 안에서 그리고 이웃 안에서 찾았습니다.

헐벗은 이들의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서 자신도 헐벗고 가난하게 되었습니다.

병든 이들의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서 자신도 병들었습니다.

진짜 병들었습니다.

표징과 기적은 찬란하고 호화로운 모습 만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누추하고 남루한 차림, 헐벗고 가난한 모습에서 기적은 더 많이 일어납니다.

멀쩡한 사람이 형제를 위하여 병들면 그것또한 표징이자 기적입니다.

요즘 제자들은 예수님을 어디에서 찾고 있습니까?

오늘 하루 내게 가장 가까이 있는 예수님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