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한머금

다해 연중제2주간 화요일 마르2,23-28 자기 사랑(성바)

jasunthoma 2013. 1. 22. 04:05

지난 여름에 자전거를 좀 탔었는데

돌아올 때에는 전철에 싣고 오려고 교통카드 한 장만 챙겨서 나갔습니다.

한참을 가다가 목이 말라서 어디 편의점이라도 나올까 하고 끙끙거리며 전망대에 올라갔는데 펀의점은 없고 자판기만 줄지어 있었습니다.

커피도 있고 각종 음료수도 있고 생수도 있었는데 동전이 없었습니다.

지갑을 안챙겼던 것입니다.

땀이 많이 나면 지갑이 젖을까봐 교통카드 한 장만 챙겼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옆에 화단에 빨간 사루비아꽃이 피어있었습니다.

어린시절이 생각나서 하나씩 뽑아 먹었습니다.

그런데 단물이 안나왔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먹을 것이 없을 때에는 안식일이라도 밀 이삭을 뜯을 수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이야기는 마르코 복음이 다른 공관복음보다 비교적 상세하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마르코 복음에서는 제자들이 밀 이삭을 뜯기만 하지 먹는다는 이야기는 전해주지 않습니다.

즉 먹기 위해서 뜯는 것이 아님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지 예수님의 제자들이 배만 고팠기 때문에 밀 이삭을 뜯은 것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밀 밭 사이를 지나가실 길을내기 위해서 밀 이삭을 뜯기 시작한 것입니다.

제자들에게는 스승님이 지나가실 길을 내는 일도 중요했던 것입니다.

물론 배가 고프기도 했겠지만

이것은 밀 이삭을 뜯는 이유가 다른데에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벼농사를 지을 때에는 논에 물을 대고 모내기를 하지만

밀이나 보리는 밭고랑을 치고 씨를 직파해서 재배하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이앙하지 않고 씨를 손으로 직접 흩어 뿌리게 되면 씨앗이 밭이나 두룩이나 고랑이나 할 것 없이 여기저기 흩어져서 자라납니다.

그런데 논에는 논두룩이 있듯이 밭에도 밭과 밭을 구분짓는 경계가있습니다.

이 밭 주인과 저 밭 주인을 갈라주는 경계가 있고 그 사이를 사람이 밟고 지나갈 수 있도록 사잇길이 있는 셈입니다.

원래 사람이 다녀야 하는 길이지만 밀 이삭이 자라나면서 막혀버린 길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 길을 오늘 예수님과 제자들이 지나가시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예수님께서는 큰 길을 놔두고 밀밭 사이를 질러 가셨을까요?

이어지는 복음에 의하면 예수님께서는 회당에 가시는 길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전도여행을 시작 하실 때에 당신은 온 갈릴레아를 다니시면 회당에서 복음을 선포해야한다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예수님과 제자들은 배가 고팠다는 사실입니다.

들고다니던 빵 한조각이라도 있었을까 싶습니다.

오죽하면 밀 이삭을 뜯어 먹을 정도였을까요.

다 큰 장정들이 이정도면 부녀자들과 아이들의 궁핍한 정도는 어떠했을지 궁금합니다.

아무리 안식일이라도 배고프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아무일 안하고 가만히 앉아있기만 해도 배가 고픈데 이곳 저곳 다니시면서 병자를 치유해주시고 복음을 선포하시는데야 두말 할 것도 없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을 챙기기보다 사람을 먼저 챙기셨습니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

오늘 예수님 안에서 우리 자신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