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마지막 날을 자전거에 실어 보낼 태세로
검은 문 앞을 들랑날랑거리며 기말고사를 향해 패달을 비벼 찬 바람을 가르니 손이 시려워지네요.
제대하고 성당을 열심히 다니던 때였나봐요. 그래봤자 성당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을 조금 돕는 정도였지요.
그런 일 밖에 할 수 없었던 것은 낮에는 공장을 다녀야 했기 때문이지요.
몇 몇의 점잔은 청년들은 방학이 되면 본당에 와서 여러가지 중요한 행사에 가담하였는데,
온 종일 바쁘게 움직이는 그들의 모습에 매료되기도 했지요.
하지만 내게 주어진 여분의 시간은 자투리 일을 하도록 배정된 것 같았어요.
그래서 주말이나 주일이 되면 평소에 미흡했던 일들을 만회라도 할 듯이 온종일 본당일을 전담하기도 했어요.
하루는 수녀님께서 대림환에 쓰신다고 편백가지를 잘라 달라고 해서 한 아름 꺽어다 드렸어요.
다음날 수녀님께서 제 손등이 많이 거칠어 보인다며 니베아 크림을 선물해 주셨지요.
이리 저리 사방으로 뛰어 다니며 분주하던 저는 한 동안 잠잠해 졌어요.
비록 니베아 크림을 바르지는 않았지만 수녀님의 관심과 애덕은 제 손등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봐 주셨기에 오히려 제 눈시울이 촉촉해 졌어요.
주님의 사랑으로 저를 아끼고 사랑해 주신 수녀님께 감사드려요.
이제는 손이 시려워지면 저는 주님의 손길을 가득 담은
수녀님의 눈으로 사랑을 바라보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