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원의 겨울맞이는 어떨까요?
김장독 채우고, 쌀독 채우고, 난방에 문제없으면 수도자의 겨울 준비는 완료됐나요?
아니! 뭐 수도원에서 겨울잠 잘 것도 아닌데 웬걸 다 준비냐고요?
이런 것도 필요하지만 마당에 빙 둘러 서있는 나무들도 겨울을 맞이해야죠.
그런데 사람과는 다르게 나무는 겨울 준비를 하는데 무엇을 채우지를 않네요.
오히려 떨구고, 꺽고, 잘라서 버리기가 바쁘네요.
그렇지 않아도 앙상하기만 한데,
낙옆마저 떨구어 외소하기만 한데,
일년 농사 열심히 짓고 이제 마음 좀 추스리려는데...
이렇듯 나무는 한바탕 가지치기로 겨울을 맞이하네요.
그렇다고 나무만 고통과 아픔을 감내해야만 하지는 않아요.
먹고 자는 문제가 나무에게는 생소하듯이
누군가를 맞이하는 것은 수도자에게는 생소한 일이지요.
맞이할 분의 자리를 내어놓기 위해서 자신의 일부분을 떨구어버리고
꺾어버리고, 잘라 버리는 아픔을 겪어야 해요.
걱정과 근심과 욕망과 욕심을 모두 내려놓고
마음을 비워서 춥고도 가난해 져야해요.
곧 찾아올 귀하신 분은 찬 바람에 가난한 모습으로 오시기 때문이예요.
그래서 겨울 맞이를 한 나무와 수도자는 가난한 친구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