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폐 박스를 정리하여 대문 안쪽에 쌓아 놓고
한 밤중이 되어서야 밖에다가 내 놓았다.
초저녁 동네 사람들이 대문 맞은 편에 있는 노송 아래 평상에 모이면
두런두런 이야기 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로 마주 앉아서
수도원에서 무슨 과일 박스가 저리도 많이 나올까하고 이야기 하거나
저 겹겹이 쌓인 술병은 다 어떻게 된 것일까라고
걱정 아닌 걱정을 해 주실 것 같아서 였다.
사실은 마트에 가면 식재료를 항상 박스에 담아서
가져 오기 때문에 빈 박스가 제법 모인다.
그리고 술병도 미사주로 쓰이는 마주앙 병과
매실액을 담았던 병이 대부분임을
동네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알고 계실리 없다.
그저 빈 박스가 많고 그중에서 과일 박스가 대부분이니
저이들은 밥대신 과일을 먹고, 국대신 술을 마시는
이상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으로 볼 것 같은 나만의 불길한 추측이
그토록 조심스럽게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놓은 것 같아 억울함마저 밀려들었다.
담뱃가게 할머니가 부탁했다.
"내 잘 때 몰래 내 놓지 말어~~!!! 아까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