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먼저이야기

귀한 당신

jasunthoma 2008. 9. 2. 00:25

108 -귀한 당신- 03/11/06

기다림은 내 의지를 약하게 한다.

어떻게 기다리는지에 따라 지루하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다.

지금은 젊으니까 죽음이 '강 건너 불구경'같아도 예상치 못한 죽음이 갑자기 다가오는 모습 앞에서 조금씩 위축되고 결국은 '약한 자'임을 받아들일 것이다.


1년 전 이맘 때 모친께서 임종하셨다.

어제는 여주에서 가족 수녀회 수녀님의 장례를 치렀다.

오늘은 내 차례?

하루하루가 없어지는 것이 죽음인 것을 ...

주위 사람들의 모습이 하나 둘...  이 세상에서 사라질 때 느낄 수 있다.


수천년 기다려서 온 귀한 당신

오늘은 왠지 창백해 보여요.

다소곳이 다문 입술

살며시 감은 눈

당신을 찾은 행렬은 늘고 늘어요.

그 손을 잡을 때 내 다리는 심하게 떨렸어요.

그래도 싫은 표정은 아니 하시고

무릎 꿇고 고개 숙여 작별을 고하는 나를

반갑게 맞아 주셨지요.

누구나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가 봐요.

즐거울 때에도 행복할 때에도

스쳐가는 당신 생각에

하늘엔 구름만 하얗게 피고

방금 지나 온 시간만큼 약해진 것을 알 수 있어요.

'이먼저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강지처  (0) 2008.09.02
대리만족  (0) 2008.09.02
토끼와 비슷해  (0) 2008.09.02
위령축일  (0) 2008.09.02
나그네  (0) 2008.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