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구더기와 구리뱀- 03/07/06
몸이 아프면 정성을 다해 약을 쓴다.
며칠 전 목을 삐었는데 머리를 움직일 수 없었다.
머리가 무거운 것을 새삼 알았다.
고개를 숙이면 편안해서, 머리를 거꾸로 하고 물구나무를 섰다.
결국 팔과 어깨까지 굳어져서 더 고통스러웠다.
수지침도 맞았다.
침 10개를 썼는데 뺐을 때 손가락에서 먹물 같은 피가 굵은 방울 나왔다.
지금은 회복했고 식사 후에 공을 차기까지 했다.
그런데 내 영혼이 삐뚤어져서 병들었을 때
치유하기 위해 그렇게 노력하지 않았다.
하루에도 많은 언어와 화상과 상상과 묵상 중에 영혼은 더러워지지만 그냥 편애하게 넘겨버렸다. 한심스럽다.
안락함은 접지면적과 비례한다고 생각한다.
드러누우면 몸의 절반이 착 달라붙어 있지만
십자가에 달리면 불과 못 세 개로써 목 메인 것보다 그 면적이 작다.
십자가에 달리면 구리뱀처럼 높아진다.
구더기는 악취와 어둠 속에서 살지만,
구리뱀은 빛을 받아 빛을 전하며 죽은 사람을 살린다.
[*구더기와 구리뱀이 있었다.*]
구더기: 너와 나는 색깔이 같은 데 왜, 나는 빛이 나지 않을 까?
구리뱀: 나는 구리로 만들어서 빛이 나는 거야.
구더기: 너에게는 사람이 가까이 오는데, 왜? 나를 멀리 할까?
구리뱀: 쭈글쭈글한 허물에 붙어 있는 '똥' 때문 일거야.
구더기: 그러면 이 허물을 벗을래!
구리뱀: 그렇게 되렴.
구더기: "앵~~, 앵~~" 어머! 내가 파리인줄은 몰랐어!
구리뱀: 에프킬라와 파리채를 조심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