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먼저이야기

고양이를 부탁해

jasunthoma 2008. 9. 1. 23:57

54 -고양이를 부탁해- 03/07/03

저녁식사 후 성당 청소를 했었는데 오늘은 너무 더워서 끝 기도 후에 청소를 했다. 3층에서 성당으로 내려 갈수록 습하면서도 서늘한 느낌이 든다. 물론 오늘 같은 날은 3층도 습하다.

한참 진공청소기 소리에 정신이 산만했는데 청소중에 전기코드가 빠졌다.

여름밤에 냇가에서 멱감을 때 깊은 물 속에 잠기듯이 조용해 졌다.

그때 열린 창문 사이로 고양이 우는소리가 들렸다. 살이 돋는 듯 했다.

문득 어렸을 때 외할머니께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 어느 산골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살았는데

외동아들은 징병되어 전쟁터에서 죽었고

며느리는 심한 시집살이를 견디다못해 우물에 빠져 죽었다.

할아버지는 관절염 때문에 거동이 불편했는데

그날 따라 할머니는 날이 밝는 대로 키우던 고양이를 잡아서 약으로 쓰자고 했다.

방문 밖에서 듣고 있던 고양이는 슬거머니 자취를 감췄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밤늦게 더워서 잠을 설치고 있는데

갑자기 마당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기가 너무 심하게 울어서 할머니는 마지못해 나가 보았으나 아무도 없었다.

방으로 들어가는데 또 아기 울음소리가 났다.

울음소리가 우물가에서 나는 것을 알아차린 할머니는 가까이 다가갔다.

그런데 우물 안을 들여다 보는 순간

할머니는 너무 놀라 뒷걸음질을 쳤다.

달이 비친 우물 안에서 토끼 두 마리가 절구 방망이로 고양이를 때려 잡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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