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어부를 제자로 부르십니다.
그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고기잡는 어부에서 사람낚는 제자로 변화되는 시몬 베드로와 동료들에 관해서 묵상해 보는 것도 오늘 복음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먼저 시몬을 비롯하여 동료들이 왜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르게 되었을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갈릴레아 호수에서 고기 잡는 어부로 잔뼈가 굵었던 그들이 생업을 포기하고 예수님을 따르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물론 예수님을 따르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자기들이 잡은 그 많은 고기를 보고 몹시 놀랐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단지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많은 물고기를 잡게 된 것이 과연 예수님을 따르게 된 직접적인 이유가 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진정한 어부였다면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르기 보다 그 반대로 예수님을 설득하여 예수님을 어부로 포섭하는 것이 고기잡이에 더 큰 도움이 될 수도있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들은 고기 잡이는 하고 있지만 마지못해 하고 있었거나 아니면 예수님을 스카웃할 만한 규모의 자금을 지닌 어부들이 아니라 그야말로 하루벌어 하루 먹고사는 일용직 어부들의 처지를 면치 못하였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요즘 저도 하루벌어 하루먹고 사는 일용직과 같은 느낌으로 살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만 생각하는 것입니다.
저는 내일 일은 내일 합니다. 내일 강론은 오늘 자정이 넘어서 내일이 되어야 준비합니다.
사도직도 매일매일 떠난다는 생각으로 오늘 일은 오늘 끝내고 내일 일은 내일이 밝아야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부들이 그물과 배를 버려두고 예수님을 따라 나선 것은 예수님의 지시로 잡힌 물고기를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물질적인 세계 너머에 있는 하느님의 권능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물질적인 세계 너머에 있는 하느님의 권능은 무엇일까??하고 생각해봅니다.
오늘 복음 서두에서 암시해 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예수님께서 호숫가에 계시고 군중은 그분께 몰려들어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있었다 하고 오늘 복음은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호숫가에 대어놓은 배 두척과 거기에서 내려 그물을 씻고 있는 어부들을 보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대뜸 그 배 두척 가운데 시몬의 배에 오르시어 그에게 뭍에서 조금 저어 나가달라고 부탁하신 다음, 그 배에 앉으시어 군중을 가르치셨다 하고 오늘 복음은 전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의미할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호숫가에서 군중들을 잘 가르치시다가 왜 갑자기 배에 올라가 앉으시어 군중을 가르치셨을까?? 하는 것입니다.
왜 안전한 땅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시다가 흔들리고 불안정한 배에 오르시어 가르치셨는가?? 입니다.
창세기에서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하실 때에 셋째날에 땅과 바다를 만드시고 여셧째날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자식을 많이 낳고 번성하여 땅을 가득 채우고 지배하여라. 그리고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을 기어다니는 온갖 생물을 다스려라"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9월 1일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로 제정하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물위에서 군중을 가르치셨다는 것은 바다 또한 하느님의 권능을 이어받은 예수님이 지배하신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여기서 지배한다는 말은 무작위로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다스리고 보살핀다는 의미에서 이해할때에 하느님의 권능에 부합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시몬이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마리도 잡지 못했던 것은 물고기도 눈이 있어서 입니다.
시몬이 그물을 이쪽에 던지면 저쪽으로 도망가고 또 저쪽으로 던지면 이쪽으로 도망가기 때문입니다.
시몬이나 물고기나 같은 피조물이라는 말과도 같습니다.
그래서 시몬은 밤에 그물질을 했던 것입니다.
도둑처럼 피조물이 잠들었을때에 그물을 던져 피조물을 포획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피조물에게 접근하는 방법이 다릅니다.
날이 밝았을 때에 그물을 내리는 것입니다.
그것도 깊은데로 가서 그물을 내리는 것입니다.
그물을 빠르게 던져 도망가는 피조물을 포획하는 것이 아니라 그물을 깊숙히 내려 그물 속으로 피조물이 들어오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에 시몬과 동료들은 예수님께서 모든 피조물들을 주관하신 모습을 보았습니다.
모든 피조물에게 자유를 주는 것입니다.
잡는 것이 아니라 잡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궁지로 모는 것이 아니라 넓고 깊은 데로 초대하시는 것입니다.
시몬과 동료들은 이러한 모습을 보았고 또한 이러한 모습이야말로 땅과 바다의 온갖 생물들 뿐만 아니라 사람들 까지도 주관하시는 하느님의 권능이 아닐 수 없었던 것입니다.
오늘 하루 예수님 안에서 피조물을 보호하고 다스리는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면서 당신의 제자로 부르심을 받는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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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로가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많은 물고기가 걸려 두 배가 가라앉을 지경이 된 것을 보고 예수님 무릎 앞에 엎드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 하고 말하는 장면에 관해서는 다음에 묵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시몬은 왜 대뜸 "저는 죄많은 사람입니다" 하고 예수님께 죄를 고백했을까요???
대뜸 자기가 죄많은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러고는 예수님께 자기에게서 떠나달라는 것입니다.
아니 자기가 떠나면 될 것을 왜 예수님더러 가라와라 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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