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동방박사들은 예루살렘 궁전에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 하고 말하였다고 합니다.
그들의 말에 헤로데를 비롯하여 예루살렘의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고 전해줍니다.
왜냐하면 이들이 놀란 것은 이웃나라에서 온 박사들이 유다를 다스리는 임금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곳에는 그들이 찾는 아기가 없었습니다.
그들은 결국 아기를 찾아 그곳을 떠나갔고
동방에서 본 별이 그들을 앞서 가다가, 아기가 있는 곳 위에 이르러 멈추었을 때에 그들은 그 별을 보고 더없이 기뼈하면서
그 집에 들어가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땅에 엎드려 경배하였다고 복음은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동방박사들은 왜 아기에게 경배를 했을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그들은 예루살렘 왕궁에가서 헤로데 왕에게 경배하지 않고
베들레햄에 와서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경배하였습니다.
포대기에 쌓여있는 갓난 아기를 보고 땅에 엎드려경배하고 또 보물상자를 열고 아기에게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을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세상에 많은 임금이 있지만 태어나면서부터 임금자리를 차고 나오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리고 동방박사처럼 갓난아기에게 임금이라고 경배하러 오는 경우도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임금이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여러 가지 조건을 면하더라도 최소한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야 임금의 자리에 앉을 수가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방박사들은 임금으로 태어난 아기, 순수한 임금으로 태어난 아기, 참으로 임금으로 태어난 아기를 찾았고 그 아기에게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선물하여 임금에게 취할 수 있는 최고의 예우를 갖춘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핵심이 되는 내용은 아기 예수님이 유다의 임금이라는데 있습니다.
즉 아기가 임금이라는 것입니다. 아기는 "파이디온"인데 파이디온의 어원 "파이스"는 노예/하인/종 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아기에게 경배한다는 것은 가장 작고 보잘것 없는 이의 모습으로 내려가겠다는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아기에게 경배한다는 것은 종의 종이 되겠다는 것입니다.
창세기 -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하와가 세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던 날을 떠올려봅니다.
아담과 하와는 처음으로 지음을 받았던 에덴동산에서도 그렇고 세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낼 때도 그렇고 그들은 아기의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보면 아기는 인간의 작품이지 결코 하느님의 작품은 아닌 것입니다.
그러므로 인간의 도움으로 이땅에 하느님의 아들인 아기 예수님이 그 모습을 드러냈지만 그 아기는 이미 아기가 아닙니다.
하느님은 결코 인간을 창조하실 때에 아기의 모습으로 만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주님 공현 대축일은 주님께서 당신을 동방박사들에게 드러내 보이심으로써 성탄으로 이땅에 시작된 평화가 공현으로 세상에 전파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에게 경배드리고 존경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의 탄생의 기원에서부터 한 아기가 아닌 한 사람으로 받아들인다는 의미와도 같습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사람취급 하지 않는 일들이 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날 주님 공현 대축일의 의미는 더욱 소중한 가치가 있습니다.
이벤트행사가 아니라 생활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생활이 이벤트행사가 되는 것이 더 바랍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오직 하늘만을 바라보며 별을 쫓아 가는 동방박사들의 항구함도 중요하지만
어디선가 들려오는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그들을 보살피느라 구유경배를 드리지 못했던 넷째왕의 전설도 소중하게 다가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드리는 봉헌이 천상만을 향하고 있다면 결코 이땅에서는 주님을 만나지 못할 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양들은 시력이 약하다고 합니다.
양들은 목자의 모습을 보고 찾는 것이 아니라 목자의 음성을 듣고서야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오늘 하루 아기예수님 안에서 우리의 봉헌생활이 더욱 평화로울 수 있도록, 평화의 왕이신 예수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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