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시체가 있는 곳에 독수리들도 모여든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제자들이 사람의 아들이 오는 그 곳이 어디인지를 물었을 때에 종말론적인 장소로서 하신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시체가 있는 곳에 독수리들도 모여든다"고 하신 비유의 숨겨진 뜻은 무엇일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먼저 예수님께서 "시체가 있는 곳에 독수리들도 모여든다"는 말씀을 하기 전에 몇가지 비유를 더 들려주었습니다.
노아 때의 이야기와 롯 때의 이야기 입니다.
이어서 "두 사람이 한 침상에 있으면,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
그리고 두 여자가 함께 맷돌질을 하고 있으면,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하고 말씀하십니다.
이러한 비유들을 통하여 예수님께서는 제 목숨을 보존하려고 애쓰는 사람이 모이는 곳과
이웃을 위하여 목숨을 잃는 사람이 모이는 곳은 분명히 다르지만 서로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말씀하고 계십니다.
구별해 볼 수는 있지만 구분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려주고 계십니다.
시체가 있는 곳에 독수리들도 모여든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시체를 상징하는 것은 물질이자 죽음이라면 독수리를 상징하는 것은 영혼이자 생명입니다.
그러니까 시체가 있는 곳에 독수리들도 모여든다는 말씀은 영지주의(이데아론)와 물질주의(유물론)를 극복한 생명주의, 또는 사랑주의, 또는 성령주의 차원에서 하신 말씀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죽음이 있는 곳에 생명이 있다는 말씀이자 물질이 있는 곳에 영혼이 있다는 말과도 같은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 요한2서에서는 "그리스도의 적"에 관하여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적이란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람의 몸으로 오셨다고 고백하지 않는 자들로서 세상을 현혹하게 만들고 세상을 속이는 자들이라고 요한2서에서는 밝혀주고 있습니다.
그러한 자들은 세상을 언제나 이원론적으로 보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의 적은 영적인 것만 살길이다 라며 육신을 쓸모없는 것으로 보는 영지주의자 일수도 있고
인간의 영혼은 육체와 함께 소멸된다는 유물론자, 물질주의자 일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경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목숨을 보존하려고 애쓰는 것이 아닙니다.
목숨을 잃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목숨을 두려워하지 않는 데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목숨을 두려워하지 않을 때에 비로소 우리의 목숨은 참 생명이 됩니다.
우리가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감출 수가 없는 것이 있습니다.
생기가 느껴지는 사람입니다.
전혀 미래도 희망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죽은 듯이 살면서도 생기 있는 삶을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제 주위에는 형제들이 잘 모여들지 않는 편인데요.
어떤 수사님 중에는 늘 형제들이 모여듭니다. -> 오늘 이른 새벽에도 그런 일이 있었는데, 모두 잠든 이른 새벽에 제주공동체 수사님이 너무 늦게 도착하셨는지 너무 일찍 도착하셨는지 오셔서 못들어오고 도토리를 던지며 창을 두드렸습니다. 그런데 이름을 부르며 도토리를 던지는데 이름은 제 이름이 아니라 그 수사님 이름을 부르는 것입니다.
사도직 시간에도 모이고 식사 시간에도 모이고 휴식 시간에도 모입니다.
형제를 위해서 자신을 죽이는 삶을 살면서도 그 형제에게 언제나 생기 발랄하게 대해주기 때문입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기에 언제나 생기가 넘쳐 흐르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 예수님 안에서 생기있는 삶을 살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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