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가 입회한지 13년째 되는 날입니다. 오전 9시 30분 경에 수도원에 들어왔으니 지금은 한참 올라오고 있는 시간입니다. 준관구장이며 원장 수사님이 잘 살아 보자며 반갑게 손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열 세해가 지나갔습니다. 지난 시간 동안 잘 살았는지 확신은 들지 않지만 감사드리며 살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겐네사렛에서 병자들을 고쳐주십니다. 예수님께서 들어가기만 하시면, 장터에 병자들을 데려다놓고 그 옷자락 술에 그들이 손이라도 대게 해달라고 청하였습니다. 과연 그것에 손을 댄 사람마다 구원(소조-구하다/살리다/낫게하다/치료하다)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좀 특이한 것은 오늘은 사람들이 병든이들을 장터(아고라-국회/집회/광장/시장)에 데려다 놓고 예수님께서 지나가시기를 기다렸다는 점입니다. 치유장소가 달라졌습니다.
갈릴레아에서 예수님의 치유 장소를 살펴 보면 마르코복음은 가장 먼저 더러운 영을 쫓아내신 회당에서 시작하여, 열병에 걸린 시몬의 장모를 낫게하신 안드레아와 시몬의 집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치유장소는 계속해서 회당과 가정집입니다. 그러다가 오늘 복음에서 사람들은 장터에 병자들을 데려다 놓고 예수님이 지나가기를 기다립니다. 가정집이나 종교모임 장소가 아니라 비종교인들, 또는 이교인들, 이방인들이 모두 모이는 광장으로 확장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예수님의 치유활동이 급격히 일반화되고 폭넓어지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그런 계기가 되었던 일은 무엇이 있었을까???하고 생각해봅니다. 사람들이 두 가지 기적을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합니다. 풍랑을 가라앉히시고 물위를 걸으신 예수님을 목격했기 때문이 아닐까???합니다. 바람과 물을 지배하시는 분이 예수님이시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풍랑을 가라앉히실 때에는 게라사인들의 지방으로 가셨는데 그곳에서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을 고쳐주고 호수 건너편으로 가서 12년간 고생하던 한 여인의 병을 치유해주신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치유해주셨다기 보다 그 여인이 예수님의 옷자락을 잡고 병이 나은 것입니다. 그 때 군중들은 그 여인이 했던 행동을 분명히 보았습니다. 그 때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의도하지 않아도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구원을 베풀어 주신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신자이든 신자가 아니든 유다인이든 이방인이든 회당에서든 가정집에서든 거리에서든 장터에서든 누구에게나 구원을 베풀어주신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예수님이 내 옷깃을 잡아도 혹은 내가 예수님의 옷깃을 잡아도 어느 누구나 어디에서나 예수님만 계신다면 병이 낫는다는 사실을 기억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사람들이 이제는 당신만 계신다면 예수님과 내가 서로가 옷깃만 스쳐도 구원이 된다는 믿음이 생겼던 것입니다. 구원의 방향이 일방에서 쌍방으로 한방향에서 양방향으로 바뀐 것입니다. 이는 구원자의 대상이 예수님에서 우리에게로 건너왔음을 의미합니다.
더 나아가서는 예수님의 이름만 불러도 마귀들을 쫓아낼 수 있게 되었다고 제자 요한은 불만스러워하게 됩니다. 그만큼 세상은 갈수록 절박하고 불안해진다는 것을 알 수있는 부분이 아닐까???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수님의 옷자락을 잡기에 앞서 또는 예수님의 이름을 부르기에 앞서 예수님이 어디에 계신지 알아야 될 것입니다. 오늘날 예수님께서 누구와 함께 계실지 어디서 활동을 하실지를 잘 살펴볼 수 있었야 하겠습니다. 저분이 예수님이시라는 확신이 들어야 옷깃을 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내 곁을 스쳐가는 무수한 사람과 사건과 시간과 영혼 속에서 예수님은 우리곁을 지나가실 것입니다. 그 옷자락 술에 손이라도 대게 해 달라고 청할 수 있는 믿음이 필요한 시대인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 우리 곁을 지나가시기 위해서 세상 만물안에서 우리와 함께 하시고자 여기 계시는 예수님의 현존을 알아 차릴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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