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은 혹시 집에 불이 나본 적이 있습니까?
겨울철에 건조해지면 작은 불씨에도 불이 옮겨붙어 큰일이 나기도 합니다.
제가 수도원에 입회해서 지청원기를 보내고 있을 때에 수도원에 불이 난 적이 있습니다.
기도 시간이었는데 수녀님께서 성당에 오셔서 사도직장에 불이 났다고 소근소근 이야기 했습니다.
뒤에 있던 수사님들부터 차례차례 불이난 사도직장으로 나가고 맨 앞에 앉아있던 저는 왠지 뒤통수가 썰렁해짐을 느끼자 성당 뒤를 돌아봤더니 성당문이 열려있고 수사님들은 불끄러 나갔던 것입니다.
그제야 저도 불끄러 나갔습니다.
그런데 제가 나가는데 수사님 한 분이 급히 성당으로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저녁기도때에는 성체가 현시되어있었던 것입니다.
불은 바깥에 있던 흡연구역 재떨이에서 붙었는데 창가에 적재된 합판에 불이 옮겨붙어 사무실 안으로 번지고 있었습니다.
수사님 한 분과 저는 컴퓨터라도 하나 건져보려고 문을 부수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화염이 뚫린 문쪽으로 뻗쳐 나왔습니다.
갑작스런 일이라 저는 숨이 턱 막히는 것을 느끼고 엎드렸습니다.
수사님은 그대로 서서 책상 쪽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갔습니다.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곳을 빠져나왔고 소방차가 올때까지 허물어지는 사무실을 그대로 지켜봐야 했습니다.
오늘은 저희 성바오로수도회 창립자 복자 야고보 알베리오네 신부님 축일입니다.
인터넷 주보성인이신 저희 창립자가 수도회를 시작할 때에도 한 차례 큰 불이 났다고 합니다.
성탄 전 날 밤에 수도원에 불이 났는데 날이 밝았을 때에는 고철로 변한 인쇄기와 재밖에 남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때에 어린 지원자들과 함께 성탄을 맞이하며 재로 변한 수도원을 바라보며 바친 기도가 있습니다.
성공의 비결인데 짧게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나의 약속을 받으소서/ 나의 한계를 아오니/ 나는 약하고 가난한 몸/ 용서하소서 오만을
당신은 길이요 진리요 우리생명/ 부활하신 스승 그리스도
오 예수여 당신은 아시니/ 가진 것이 없는 가난한 우리/
오 예수여 당신은 아시니/ 아무 것도 아닌 무능한 우리
나의 생명을 다하여/ 주여 당신만 찾나이다/ 주님 뜻과 주님 영광/ 모든 형제의 평화를
당신은 나에게 지혜와 굳셈과/ 성화의 은혜 주소서
오 예수여 감사합니다/ 사도에게 주신 사랑 나에게도
오 예수여 사랑 주소서/ 마리아와 함께 당신께 가리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성전의 파괴를 예고하십니다.
여기서 성전이 파괴된다는 말은 아름다운 돌과 자원 예물로 공들여 쌓은 건물이 무너진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실재로 예루살렘 성전은 두 차례에 걸쳐 허물어졌고 그 다음 세 번째는 영원히 다시 세워지지 않을 것 처럼
아직도 그들은 긴 세월동안 통곡의 벽에 이마를 대고 기도하며 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스라엘의 그 세월 만큼에 해당하는 기간동안을 우리는 부활하신 예수님의 다시 오심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례를 받은 신앙인에게는 집이 2채가 있습니다.
천상의 거처와 지상의 거처입니다.
그런데 지상의 거처가 허물어지고 사라지는 날 우리는 천상의 거처로 옮아가리라는 것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상의 거처인 우리 육신이 허물어질 때에 천상의 거처인 부활하신 예수님의 몸으로 인해서 다시 살아나리라는 것을 믿습니다.
우리는 언제 자신이 허물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까?
제가 불을 끄러 사무실에 들어갔을 때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한탄하며 성체앞으로 달려갔던 수사님의 겸손한 기도가 없었다면
저는 결코 불 속에서 넘어지면서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을 것입니다.
내가 아름다운 돌로 쌓은 성전의 겉모습에 도취되어 헤어나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질그릇이 깨지지 않으면 그 보물은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바라보고 우리가 지키고 우리가 따라야할 그리스도는 다른 데에 있지 않습니다.
오늘 하루 예수님 안에서 내 안에 모신 그리스도를 따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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