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예수 대축일 미사 후 개운한 콩나물 국에 밥 말아먹고 수녀원을 나서려는데
원장 수녀님께서 멸치를 한 박스 주셨다.
멸치 다시용으로 쓰면 국물을 맛있게 우려낸다는 것이다.
옆에 계시던 다른 수녀님께서는 다시용으로 쓰기에는 아까운 멸치이니
머리와 똥을 떼내고 살짝 복아서 간식용으로도 괜찮다고 하신다.
집에 가지고 와서 수녀님께서 말씀 하신대로
멸치를 반으로 눌러 가른다음 양쪽 살만 따로 모으기 시작했다.
그런데 멸치 한 박스가 왜그리도 많은지...
수 많은 멸치들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멸치 속을 긁어 내다보니
멸치에 뼈가 있다는 평범한 사실을 새삼스레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이 멸치들은 뼈대가 있는 멸치들로서 모두 한 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마른 멸치가 되기 전에는 오손도손 한데 어울려
굽이치는 따스한 물결에 등살을 비비며
짭조름하고 맛깔스러운 바닷물 속을 마음껏 헤엄을 치던
뼈대 있는 형제 자매들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에코! 이 멸치들만 뼈대가 있는 것이 아니구나!
오늘은 스승예수 대축일 !
우리들이야 말로 모두 모여서 함께 주님의 식탁에 봉사하며 말씀을 나누고
오손도손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보낸 뼈대있는 사도들이다!
스승 예수님의 뼈대위에 세워진 우리들은 뼈대있는 바오로 가족이다.
그래서 오늘도 스승 예수님으로부터 보고, 듣고, 배운 것을 살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