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0-20
'나는 이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이 불이 이미 타올랐다면 얼마나 좋았겠느냐?'
다된 밥에 재 뿌리는 사람 없고, 풍성한 가을 들판에 불지르는 사람 없다.
난중일기에 왜군의 기세에 밀려 피신할 때 마지막으로 식량창고에 불을 지른다. 또한 중국에서는 큰 들판을 집어 삼키려 몰려드는 큰 메뚜기 떼를 보고 대지에 불을 지른다. 애써 지은 밥에 재를 뿌리기가 쉽지않고 가을 걷이를 앞두고 들판에 불을 지르는 것 또한 미친 짓이다.
예수님께서 지르시려는 불은 성령의 불이다. 많은 소식전달자들이 하느님의 메시지를 외쳤으나 아무소용 없었다. 자기 잇속만 채우고 굶주린 이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한 가족 다섯 식구가 똘똘 뭉쳐 재물을 축적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가난한 이웃과 병든 이웃과 들판에서 고역에 시달리는 이웃은 생각치도 않았다.
소외된 이웃들이 울부짖을 때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는 재앙이 들이 칠 것이다. 욕심으로 굳어진 고리가 풀리지 않기에 예수님께서는 불을 질러 옹고집으로 꽉 쥔 손을 풀어 놓으시려는 것이다. 불이 활활 타오르지 않기에 결국에는 당신께서 직접 불을 붙여 스스로 밑불이 되신 것이다.
'먼저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입신양명<lu 12,54-59> (0) | 2008.12.09 |
---|---|
활활 타오르기를 원할 때<lu 12,49-53> (0) | 2008.12.09 |
추수가 끝났으면<lu 10,1-9> (0) | 2008.12.09 |
율법학자<lu 12,13-21> (0) | 2008.12.09 |
바리사이파<mt 22,15-21> (0) | 2008.1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