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 -에너자이저를 못잊어- 04/01/05
에너자이저가 있었다.
매일 산성으로 쌀자루를 지고 날랐다.
하루에 한 자루씩..
정말 즐겁고 보람이 있었다.
태어 날때부터 우람하고 힘이 좋았기에 그깟 쌀자루 한푸대씩은
백만번을 날라도 힘이 모자랄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주문량은 늘고늘어 자루는 계속 커졌다.
태어날 때 받았던 에너지가 급속히 소모되는 줄도 모른체
큰 자루를 옮기고 또 옮겼다.
이제는 즐거운지 기쁜지도 모르고 뜨겁던 기운도 식어 간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평생을 열심히 삶도 은총인데
잠깐 왔다 가는 인생을 나누어 또 한 번 새로나기 위함인가요.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이다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 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그러나 또 한껏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히 못 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지나요>---김소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