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수도자- 03/09/04
어둠 속에 등불처럼
한 곳에 집중하여 올곧게 나아 갈 수만 있다면 좋겠다.
어두움이 심할 수록
빛은 더 선명히 보이기에
내 주위를 모두 어둡게 할 수만 있으면 좋겠다.
번득이는 많은 생각들이 이곳 저곳에서 빛을 내면
그만큼 등불은 흐려지고
차츰차츰 주위는 제각기 원색으로 물들어
어둠도 밝음도 아닌 잡탕 홍수 속에서 허우적이지 않을까?
차라리 눈이 멀도록 등불을 바라 볼 끈기라도 있으면 좋겠다.
빛이 너무 밝아 앞이 캄캄해지고
세상 모든 것에 집착하지 않으면
내 안에 등불을 모실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