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먼저이야기

수업시간은 자연과 함께

jasunthoma 2008. 9. 1. 23:40

19 -수업시간은 자연과 함께- 03/04/10

오후 수업시간에 담당 신부님과 야외에서 수업을 했다.

이제는 뒷동산이라고 할 만한  여유가 없지만 어깨를 편 큰 소나무들이 숲을 이루어 신선한 기분이 드는 곳이다.

한 때는 동산 중턱에 나무로만든 긴 의자와 원두막이 있었는데 휴식을 취하면서 수사님들로 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도로가 생겼고 차들이 지나다니는 방음벽 밖의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곳은 우람한 소나무가 있고, 시원한 대나무, 벗나무, 진달래가 연분홍 꽃을 피워놓고 포도밭에는 넝굴이 움틀 거리고 있다.

또한 새가 많은데 이른 아침 동트기 전부터 부지런히 지저귀면서 벌래를 찾아 토끼장 주위를 들락거린다. 그러다가 오정 때가 되면 졸음에 눈을 감고 앉아 있는 백두와 누리 근처까지 접근하여 밥풀을 주워 먹는다.

이 때다! 갑자기 백두가 날렵한척하면서 여러마리의 새를 한꺼번에 덮친다. 개가 아무리 빨리 달려들어 두 손바닦을 펴서 덮쳐도 먼지만 일어날뿐이다. 도망가는 새를보며 두마디 짖고 다시 제자리에 돌아 앉아 다음 기회를 노린다.

그나마 누리는 느려터져 이정도의 흉내도 못내고 있다.

맞은 편 그물망 안에서는 두마리의 토끼가 귀를 세우고 구경삼아 지켜본다.

수도생활은 아니지만 자연도 사람과 함께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나름대로 무엇인가를 배워가며 열매를 맺어 가는 가보다.

'이먼저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복된사람  (0) 2008.09.01
죽음을 향하여  (0) 2008.09.01
민들레  (0) 2008.09.01
알베리오네  (0) 2008.09.01
사랑  (0) 2008.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