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자생력- 03/03/16
며칠 전 수도원 울타리 나무 중에 그 가지가 꺽여서 반대쪽으로 치우쳐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그 꺽어진 부분에서 진기가 나와 부러졌던 가지와 가지가 맞붙어서 새 살이 돝고 있었다.
오래전 부터 마음먹었던 사철나무 꺽꽂이를 해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잠시 쉬는 시간을 이용해서 나무로 짠 상자에 모래를 한 판 담고 물을 흠벅 적신 다음 가지를 모판에 비스듬하게 줄지어 꽂았다.
화창하게 맑은 날도 좋지만 왼지 봄에 내리는 비가 꺽꽂이 했던 나무들을 적셔준다고 생각하니 고맙기 그지 없다.
생명력이 없다고 생각했던 꺽어진 나무가지가 힘있는 생명력으로 그 가지에서 살이 돋고 그 잘려 나간 줄기에서 뿌리가 내리는 것은 봄의 기운 만은 아니다.
이태리로 유학을 떠난 두 분의 수사님께서 고국의 정취를 하루빨리 씻어 버리고 학업에 정진할 수 있도록 주님 은총의 기운으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자생력으로 뿌리를 내리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