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한머금

나해 연중제15주일 마르6,7-13 (20240714)

jasunthoma 2024. 7. 14. 03:52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파견하십니다. 열두제자를 파견하시는데 그들에게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을 주시고, 둘씩 짝지어서 파견하십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당부하십니다. "길을 떠날때에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빵도 여행 보따리도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라, 신발은 신되 옷도 두 벌은 껴입지 말라"

예수님의 이 당부 말씀을 통해서 파견된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귀국전에 저도 길을 떠날때가 있었는데 그때에 저는 이와 반대로하고 갔습니다. 더러운 영에대한 권한은 없었고, 둘이 아니라 혼자 길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지팡이는 지니지 않았는데 빵과 여행보따리는 챙겨갔습니다.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라고 하셨는데 지갑에 돈도 챙겨가야 했습니다. 신발은 센달보다 안전한 크록스 센달을 신고 옷은 두벌을 껴입어야했습니다.

왜냐하면 파견되는 목적지가 서로 달랐기 때문이 아닐까합니다.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분부하신 곳으로 파견되는 것이고 저는 저 나름 길을 떠나는 장소가 서로 달랐기때문에 제자들과는 반대로 챙겨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제자들은 어디로 파견되기에 이토록 간소하게 준비해서 길을 떠나는 것일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오늘복음 마르코에서는 제자들이 파견되는 장소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공관복음에서 유일하게 마태오복음에서 제자들이 어디로 가야할지를 분명히 일러주고 있습니다. "다른 민족들에게 가는 길로 가지 말고, 사마리아인들의 고을에도 들어가지 마라. 이스라엘 집안의 길 잃은 양들에게 가라" (마태10,5-6) 물론 공관복음의 집필문화가 서로 달랐기 때문에 제자들이 파견되는 장소가 각각 다를 수도 있겠지만 마태오복음에서 소개해주는 장소는 분명하게 "이스라엘 집안"이라고 했습니다. 이스라엘의 동족들의 집으로 파견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루카복음과 마르코복음도 "어떤 집에 들어가거든"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집에 들어가거든 그 고장을 떠날때까지 그집에 머물러라고 하십니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극도로 간소하게 해서 떠나라고 당부하신 이유는 분명해 지는것 같습니다. 한 집안, 한 가정으로 파견되기 때문입니다. 가서 그 집안 식구처럼 지내기 위해서입니다. 내집처럼 지내는 것입니다. 편하게 지내는 것입니다.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을 지니고 그 마을에 복음을 선포하고 마귀를 쫓아내고 병자들에게 기름을 부어 병을 고쳐주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그렇게 하고 있는가???입니다.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을 지니고 복음을 선포하는가??? 마귀를 쫓아내고 병자들에게 기름을 부어 병을 고쳐주는가???입니다.

오히려 동족들이 파견된 우리에게 이렇게 핀잔을 줄지도 모릅니다. "의사야, 네 병이나 고쳐라. 네가 카파르나움에서 하였다고 우리가 들은 그 일들을 여기 네 고향에서도 해 보아라" (루카4,23)

제가 24년동안 수도원에 살고있습니다. 그런데 이 공동체 저 공동체를 돌아다니면서 얻은 교훈이 있다면 그 공동체가 잘 돌아가려면 각자가 세가지 일은 맡아줘야 되는 것 같습니다. 첫째는 공동체 식사, 둘째는 사도직, 셋째는 그 외의 정해지지 않은 공동체 일을 최소한 한가지는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세번째 일을 충실히 하는지에 따라서 공동체에 사랑과 평화가 좌우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 우리 자신에게 부여된 권한으로 더러운 영을 쫓아내고 선하고 신실한 영을 살리는데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우리 공동체를 사랑과 평화가 넘치는 공동체로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