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한머금

나해 부활제5주간 토요일 요한15,18-21 (20240504 바딸)

jasunthoma 2024. 5. 4. 06:13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기 때문에,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는 것이다하고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다고 하셨는데 여기서 뽑았다는 말씀은 루카복음에서 열두제자를 뽑으실 때에 뽑으셨다와 조금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오늘 요한복음에서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다는 말은 엑셀레사멘인데 엘셀레사멘의 동사 엑셀렝코는 뽑았다는 말이 아니라 몰아내다, 논박하다, 판결을 내리다, 유죄를 선고하다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좀 더 생각해보면 엑셀렝코는 접두사 과 어간 엘렝코로 되어있는데 엘렝코는 두다, 놓다, 달아놓다, 가공하다, 위치시키다는 의미로 쓰이는 동사입니다. 여기에 접두사 /먼저엑이 붙어서 엑셀렝코로 쓰이고 있는데, 다시 말하자면 엑셀렝코 동사는 전에 두다/ 전에 놓다/ 전에 달아놓다/ 전에 가공하다/ 전에 위치시키다라는 의미를 떠올려 주면서 뽑았다라는 말씀으로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루카6,13에서 열두제자를 뽑으실 때에 뽑으셨다/에클렉사메노스는 마르타와 마리아 이야기(루카10,42)에서 좋은 몫을 선택한 마리아에게 사용된 선택하다/에클렉사토와 같은 어원 에클레고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요한복음의 뽑았다/엑셀렝코와 루카복음의 뽑으셨다/에클레고는 모두 고르고 선택하다는 의미로 쓰였습니다. 하지만 오늘 요한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다라고 하실 때의 뽑으심에는 왠지 좀 더 구세사적 의미를 띠면서 고르고 선택하신 걸로 보여집니다. 태초부터 있었던 아주 긴밀한 선택을 염두에 둔 뽑았음을 느껴지게 합니다. 마치 예수님이 나는 아브라함이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다”(요한8,58)고 말씀하실 때처럼 그리고 예레미아서에서 내가 너를 점지해 주기 전에 나는 너를 뽑아 세웠다”(예레1,5공동번역)는 말씀처럼 아주 오래전에 숙명처럼 선택받은 의미에서 나는 너희를 세상으로부터 뽑았다는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의 말씀은 그렇다고 세상이 나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은 소외되었다는 것을 강조하시기 위함입니다. 우리가 뽑힘으로써 세상은 우리에 맞서 싸우게 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뽑힌 우리가 세상에 맞서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우리에게 맞서는 것입니다. 세상의 임금이 우리를 선택한 하느님에 맞서 싸운다는 것입니다. 세상은 영리하고 악하기 때문에 뽑힌 이들을 속이고 미워하고 박해하면서 우리를 뽑으신 하느님께 대적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성령께서 마치 바오로 사도를 마케도니아 사람들에게 복음을 선포하러 떠날 사도로 미리 뽑으신 것처럼 오늘 우리도 부활하신 예수님의 기쁜 소식을 온 세상에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