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한머금

나해 연중제6주일 마르1,40-45 (240211 성바// 250116 진주협력)

jasunthoma 2024. 2. 11. 06:19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명절이 되면 도시에 살던 자녀들이 시골에 사는 부모님께 와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고생하면서 시골에 살지말고 편하게 도시 아파트로 가서 사시지요.” 왜냐하면 도시에는 일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하루에 몇 시간, 일주일에 몇일만 일하면 되는데 시골에 계신 부모님들은 하루 종일 일을 하시기 때문입니다. 저희 할아버지 때에만해도 하루에 일하는 시간이 정해져있지 않았습니다. 저희 외할아버지의 경우에는 새벽에 방문을 열고 나가면 해가 기울어져 어두워지기 전에는 방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집안에 들어와서도 밥상받을 때가 아니면 잠들기 전까지 짚을 꼬아서 새끼줄을 만들거나 봄에 심을 씨앗을 준비하거나 재료를 장만하는 등 그때그때 해야할 일들을 하시다가 그 일이 끝나면 잠자리에 드셨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골로 가는 도시의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첨단 영농사업을 하기 위해서 시골로 간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인터넷이 빨라지고 영농기술이 발달해서 원격조정장치를 작물에다가 셋팅해 놓고 일을 하기 때문에 도시에서 일하는 것처럼 쉴 때에 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나병환자를 치유해주십니다. 나병은 피부병입니다. 피부가 무엇입니까??? 피부는 자기 자신의 경계이자 맨 끝에 있는 신체입니다. 나병에 걸렸다는 말은 자기자신과 가장 멀리 떨어져서 살아가는 피부세포에 병이 들었다는 말과 같습니다. 그래서 그대로 방치하면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가는 겁니다. 더이상 나와 소통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한센병은 조기에 진단하여 조기치료를 시작하면 후유증이 거의 없이 완치가 가능한 질병이나, 조기발견이 되지 않을 경우 나균에 의해 말초신경이 파괴되고, 이때 자율신경 손상이 먼저 발생하여 땀이 잘나지 않고, 혈행(혈액순환)이 느려져 피부각화가 진행되며, 이후 감각신경 손상이 발생하고 심해지면 운동신경이 손상되어 장애가 발생하는 등 후유증이 남는 병이라고 합니다.

나병은 레프로스λεπρός인데 레프로스는 나병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거친, 딱딱한, 비늘모양의 라는 의미로도 쓰입니다. 그리고 레프로스의 어원은 레포λέπω인데 레포는 숨기다 감추다 가리다 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소통과 친교가 아니라 단절과 무관심에 가까운 병이 나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무관심한 병에 관심을 보이시는 분이 예수님이십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나병환자를 치유하실 때에 먼저 그에게 가까이 가셔서 나병환자의 숨겨지고 감추어지고 가려져있던 곳에 손을 대셨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예수님께서는 나병환자의 덥어두고 감추어져 있던 곳을 깨끗하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누구에게든 아무 말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다만 사제에게 가서 네 몸을 보이고, 네가 깨끗해진 것과 관련하여 모세가 명령한 예물을 바쳐, 그들의 증거가 되게 하여라.” 왜냐하면 모든 사람에게 오해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사도바오로가 이렇게 고백합니다. “...유다인에게도 그리스인에게도 하느님의 교회에도 방해를 놓는 자가 되지 마십시오. 무슨 일을 하든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하려고 애쓰는 나처럼 하십시오...”(1코린10,32-33)

소통을하고 친교를 하되 아무에게도 오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합니다. 그런데 나병환자는 자신의 병이 나은 것을 확인하고 너무 기쁜 나머지 자기가 깨끗해진 일을 널리 알리고 퍼뜨렸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자신의 나병에 손을 대셔서 나병이 나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나병과 예수님을 연결시키기 위해서입니다. 나병이 전염이 되는 것이 아니라 부정한 생각이 전염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께서는 나병환자를 나무라지 않으십니다. 그저 조용하고 외딴 곳으로 물러가셔서 머물러 계십니다. 왜냐하면 모두에게 유익할 수 있기 위해서입니다.

오늘 하루 사도바오로가 그리스도를 본받은 것처럼 우리도 예수님을 본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