댜해 주님만찬성목요일 요한13,1-15 발씻김과 성찬례(성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십니다.
요한복음에서 만큼은 예수님께서 최후의 만찬때에 성찬례를 제정하시기보다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시는데에 더 비중을 두고 있음을 알수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오히려 공관복음의 성찬례의 의미가 한층 더 부각되고 있습니다.
만찬때에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신 예수님 안에서 우리는 우리의 사제직의 의미를 엿볼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사제직은 발 씻김이라는 자기 낯춤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는 그리스도의 왕직에 참여하는 백성이 왕으로서가 아니라 종으로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는 사제직을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만찬 상에서 누구의 발을 씻어준다는 의미는 내가 그 사람의 종입니다라고 드러내는 공적인 행위가 됩니다.
그래서 말로만 형제의 종이 아니라 형제의 발을 씻어주면 그 자체로
형제를 위해 내가 죽고 예수님의 표양을 본받는 한 제자로서 그 본분에 비로소 참여할 수 있게 됩니다.
왜냐하면 발을 씻어준다는 것은 극도로 자기를 낮추는 케노시스적 과정을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자기가 낮아지는 최상의 방법이 바로 발을 씻어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형제의 가장 낮은 곳, 관심받지 못한곳, 지저분하고 더러운 곳을 씻어준다는 것은 형제지간에는 너무나 곤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스승이며 주님이신 분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신다는 것은 인륜 도덕을 막론하고 결코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부모님이 제 자식을 씻어 줄 수는 있어도 스승이 제자의 발을 씻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스승으로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셨습니다.
발을 씻어주되 당신에게서만 끝나는 일회성이 아니라 이를 통해서 서로 스승으로서 발을 씻어 주라고 명령하십니다.
그래서 가만히 앉아서 혜택을 누리는 스승이 아니라 발을 씻어주는 스승이 되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예수님을 본받아 수평관계에 있는 형제들끼리 발을 씻어 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수평관계에서 수직관계로 바뀌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수직관계는 서로에게 덕이 됩니다.
스스로 낮추어 먼저 형제의 발을 씻어 주면 수직 관계는 사라지고 말기 때문입니다.
서로 높고 낮음이 없어집니다.
단지 스스로 먼저 낮추려고 노력한 케노시스적 선행만이 남아있을 뿐입니다.
이는 예수님이 바라신 파스카 만찬이 상징하는 성체성사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깁니다.
예수님께서는 과연 유다 이스카리옷의 죄까지도 용서하셨을까요????
용서하셨을 것이다고 보는 분 계세요???
용서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생각하시는 분 계세요???
제가보기에는 복음서에 따라서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즉 간략히 말씀드리자면 마태오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유다의 죄를 용서하셨을 것이다는 생각이 들고
반면 요한복음에서는 용서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고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유다의 죄까지도 용서해 주셨을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이유는 무었때문일까요???
또는 아직도 용서받지 못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무엇때문일까요????
다름이 아니라 그것들은 성찬례의 제정과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다시말해서 성찬례를 언제 제정하셨느냐에 따라서 다르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성찬례든 발씻김 예식이든 먼저는 최후의 만찬때에 일어난 일입니다.
하지만 오늘 복음은 요한복음인데 요한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만찬 때에 발을 씻어주신 후에 빵을 떼어주시는데 유다의 죄를 만찬상의 마지막에 드러내고 계십니다.
쉽게말하면 만찬때에 성찬례 제정에 관한 그 어떠한 부분도 보여주거나 분부하시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단지 "내가 빵을 적셔서 주는 자가 바로 그 사람이다 . . . 유다는 빵을 받고 바로 밖으로 나갔다. 때는 밤이었다" 하고 끝나버린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마태오복음에서는 유다의 죄를 먼저 드러내신 다음 성찬례를 제정하십니다.
"나와 함께 대접에 손을 넣어 빵을 적시는 자, 그자가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 . . ."
그들이 음식을 먹고 있을때에 예수님께서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다음 그것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먹어라. 이는 내 몸이다"
또 잔을 들어 감사를 드리신 다음 제자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모두 이 "잔을 마셔라. 이는 죄를 용서해 주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 . ."
즉 성찬례의 핵심은 이를 지키고 기억하라는 계명이행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죄 사함에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유다 이스카리옷의 죄가 크다 하더라도 당신의 죄사함을 능가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의 죄는 모든 죄의 부분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최후의 만찬을 통하여 발씻김과 성체성사를 제정해주신 우리의 스승이신 예수님께 감사드리면서
우리는 당신의 발씻김과 만찬을 통하여 우리의 축성봉헌생활을의 의미를 새롭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