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한머금

다해 사순제5주간 목요일 요한8,51-59 비움과 감춤(스승// 20240321 바딸)

jasunthoma 2016. 3. 17. 05:13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몸을 숨겨 성전 밖으로 나가십니다.

왜냐하면 유다인들이 돌을 들어 예수님께 던지려고 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는 어찌하여 당신 몸을 숨기셨을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벼랑끝에 몰리셨을 때에도 드러내놓고 보란듯이 당당하게 군중들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떠나가셨던 분이신데

어찌하여 오늘은 당신 몸을 보이지 않게 감추어 성전 밖으로 나가셨을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이 장면을 통해서 한 가지 생각해 볼 것은 당신 몸을 숨기시어 성전을 비우시는 것은 장차 다가올 당신의 파스카 사건을 준비하기 위함이라는 것입니다. 당신을 보아도 알아보지 못하게 하고 들어도 알아듣지 못하게 하시어 당신의 기쁨을 감추어 두시기 위함입니다. 눈먼 이들은 보게하고, 눈 뜬 이들은 눈먼자가 되게 하시려(요한9,39) 당신 몸을 감추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기 전날밤에 제자들과 다락방에서 최후의 만찬을 나누신 다음에도 잔치상의 빵과 잔을 깨끗이 비우시고 그곳을 떠나 올리브 산으로 건너가시어 밤세워 기도하셨습니다.(마르14,26) 기도를 성전이나 다락방이나 집에서 하신 것이 아니라 올리브 산에서 기도하십니다. 올리브 산은 어떤 곳입니까??? 성전 오른쪽에서 흘러내리는 기혼샘 건너편 언덕입니다. 즉 성전 동편에 있는 해뜨는 언덕입니다. 

예수님께서 기도하신 올리브산과 겹치는 성경의 장면을 찾는다면사무엘기 하권에서 다윗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다윗은 자기 아들 압살롬이 임금자리를 넘보자 왕궁을 비우고 내려와 피난길에 오릅니다.

사무엘기 하권에서 그때 다윗의 처지를 다음과 같이 전해줍니다. "다윗은 머리를 가리고 울면서 맨발로 올리브산 등성이를 걸어 올라갔다. 백성들도 모두 머리를 가리고 울면서 뒤따랐다"(2사무15,30 :공동번역)

머리를 가리고 올리브산 등성이를 걸어 올라갔다고 했습니다. 모두 머리를 가렸다는 것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예수님 또한 당신 몸을 숨기시어 성전 밖으로 나가셨습니다. 다윗처럼 머리만 가리지 않고 온 몸을 모두 가리고 나갔던 것입니다. 당신이 잡히시어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그렇게 하기 위함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숨기거나 감출 때에는 그것이 좋은 것이든 좋지 않은 것이든 무엇이든 자기 자신을 위하여 그렇게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서 약점을 감추거나 자기만 차지하기 위해서 장점을 감추는 경우가 이에 해당될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당신 자신을 숨기거나 감추실 때에는 당신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의 제자들을 위해서 그렇게 하신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신의 선하심을 드러내지 않고 감추시어 당신친히 어두움에 물들게 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죄가 너무 짙어서 그렇게 하신다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의 어두움 만큼 그만큼 당신도 어두워지기 위함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의 죄가 너무나 짙어서 당신을 볼수조차 없기 때문입니다.

당신을 감추시어 우리 자신을 스스로 드러나게 하기 위함입니다. 조금이라도 우리의 잘못을 우리가 스스로 알아차리고 스스로 비워낼 수 있도록 배려하지 않으면 우리는 결코 스스로 마음을 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영원히 하느님께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도록 눈이 멀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하루 예수님 안에서 우리의 감추어진 모습은  비워내고 반대로 드러내고 싶어하는 것은 숨기고 감추어 둘 수 있는 은총을 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