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한머금

나해 연중제31주간 금요일 루카16,1-8 천상적 나눔(성바/제주협력2014)

jasunthoma 2015. 11. 7. 11:14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약은 집사(청지기)의 비유를 들어 하느님의 사랑이 어떻게 완성되는지를 들려주고 계십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만을 읽는다면 이 비유는 듣기가 너무 거북하다 누가 듣고 이해할 수 있겠는가???’ 하고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을 것만 같습니다.

왜냐하면 처음에는 집사가 낭비가 심하다며 주인이 문책하였는데 나중에는 칭찬하였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칭찬한 이유를 보면 상식적으로 우리는 받아들이기도 힘들고 이해하기도 어렵습니다.

집사는 쫓겨날 때를 대비해 빚 문서를 위조하였던 것이 오히려 칭찬을 받는 이유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주인과 집사의 이해할 수 없는 이러한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먼저 오늘 복음과 연결되는 복음 이전에 해당하는 앞 부분들을 살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루카복음 16장 이전을 훌터보면 먼저 맛을 잃은 소금의 비유/ 잃은 양의 비유/ 잃은 은전의 비유/ 잃은 아들의 비유가 나옵니다.

그 다음 오늘 복음인 약은 집사(청지기) 비유가 이어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다섯가지 비유들을 잘 보면 뭔가 한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뭘까요??

모두 쓸모없는 죄인들의 모습을 여러 가지 비유로 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아버지 집에서 떨어져 나간, 구원에서 제외된 죄인들의 모습이라는 것입니다.

맛을 잃은 소금도 쓸모없는 죄인을 의미하고, 길 잃은 양도 쓸모없는 죄인을 의미하며, 잃은 은전도 쓸모없는 죄인을 의미하고, 잃은 아들도 쓸모없는 죄인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에서 나오는 약삭빠른 집사(청지기)도 쓸모없는 죄인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얄미운 청지기는 다름 아닌 잃었던 아들, 또는 돌아온 탕자와 같이 오늘 주인에게 두가지 죄를 지었습니다.

약은 집사가 지은 두가지의 약삭빠른 죄는 무엇일까??? 잠시 생각해봅시다.

 

먼저는 주인의 기본적인 재산을 낭비하였습니다.

작은아들이 먼고장으로 떠나 아버지께 부여받은 재산을 모두 탕진한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두번째 지은 죄는 집사 자리에서 쫓겨날 처지가 되자 주인의 남은 재산을 또한 낭비하였습니다.

작은 아들이 모든 것을 탕진하였을 즈음 회개하여 다시 아버지 집으로 돌아와 형 몫으로 남은 재산을 또한 낭비하였던 것과 같습니다.

두 번째 지은 죄는 아버지 뿐만 아니라 형과 종들의 심기도 불편하게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회개하고 돌아와 낭비한 재산은 아버지와 큰아들과 품팔이꾼들의 몫이지 결코 작은 아들의 몫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두 가지 낭비를 일삼았는데도 불구하고 주인은 오히려 약삭빠른 집사(청지기)를 칭찬하였습니다.

주인이 그 얄미운 집사를 칭찬한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처음에 주인의 재산의 낭비는 자기 자신만을 위한 낭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두번째로 빚문서를 위조하였던 낭비는 타인을 위한 낭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주인은 처음에 집사의 행동에는 그를 괘씸하게 여겨 문책을 했지만

두번째 집사의 행동에는 오히려 그를 칭찬해 주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주인의 재산은 자기 만을을 위한 재산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주인은 불의한 집사(청지기)가 영리하게 대처하였다고 하여 그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인색하기 그지없고 완고한 마음이 돌아와서 온유하고 겸손해 졌기 때문입니다.

자기 몫을 챙겨서 아버지와 형과 품팔이꾼들을 떠나 방탕한 생활을 하던 작은 아들이 회개하여 다시 그들 곁으로 돌아온 것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즉 주인의 재산을 쌓아놓고 좀먹거나 축나게 하지말고 나누고 베풀고 탕감해 주어라는 말과도 같은 맥락입니다.

재물을 돌게 하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자기 자신만을 위하여 그렇게 하라는 것이 아니라 이웃을 위하여 그렇게 하라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의 생명만을 위하여 주인의 재산을 낭비하지말고 이웃에게도 주인의 재산을 돌려 주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주인이 집사(청지기)에게 "자네 소문이 들리는데 무슨 소린가? 집사 일을 청산하게. 자네는 더 이상 집사 노릇을 할 수 없네" 하며 집사 일을 청산하라는 것은

회개하여 하늘의 분노를 사는 일을 하지 마라는 말과도 같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하늘의 분노를 사지 않는 일일까??? 하고 물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더 이상 '빌려주지 말고 "거져 주어라"는 것입니다.

되 받을 요량으로 빌려주는 것은 죄인들이 하는 일이지 결코 하느님의 자녀들,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들이 하는 일이 아니라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거져 주는" 일은 죄를 사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모두들 거저 줘 본적이 있을 것입니다.

거저 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빌려주면 죄를 짓게 되지만 거저주면 아무도 죄를 짓지 않습니다.

거저 주는 일은 죄를 사하는 일이기 때문에 은총이 쏟아집니다.

예수님께서 세상의 죄를, 우리의 죄를 어떻게 사해 주셨는지를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 그리고 계속해서 이번 한 달 위령성월을 봉헌 하는 동안 자신을 모두 내어주신 예수님 안에 머물러

나 자신만이 아니라 나의 기도를 간절히 바라고 있을 위령들도 함께 죄사함의 기쁨으로 평화를 누릴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