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연중제13주간 토요일 마태9,14-17 천국의 사도직(생활성서)
월피정을 하게되면 가급적이면 움직임을 천천히 하도록 하고, 말도 못하게 소침묵내지 대침묵으로 제한하기도 합니다.
왜 그럴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평소에 그와는 반대로 살아가기 때문에 피정하면서 좀 더 자신을 깊이 들여다 보도록 하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수도자들에게 피정은 사막의 오아시스와도 같은 날입니다.
천국에서 지내게 될 날수를 미리 살아보는 것과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만약에 예수님이 오늘 저의 기도를 한 가지 들어주신다고 한다면 나는 과연 어떤 기도를 드릴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한달에 하루만 피정하는 월피정말고 한달에 하루만 사도직하는 월사도직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사도직하면서 평소에 마음 상하는 일이 상당히 해소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한달에 단 하루만 빠릿빠릿하게 사도직하고 평소에는 피정할때처럼 대침묵 내지 소침묵으로 지내면서 가급적이면 천천히 느릿느릿 움직이며 몸과 마음을 수양해 나간다면 한달에 하루만 마음 상하면 되기 때문에 한달에 하루정도 마음 상하는 것이야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하루는 월피정하는 날이 아니라 월사도직을 하는 날이라고 생각면서 지내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오늘 하루만 사도직을 잘 해 두면 나머지 한달을 피정하면서 지낼 수 있다는 마음으로 월피정에 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들은 어렸을 때에 밖에 나가서 놀 때에 보통 무슨 놀이를 하면서 지냈습니까?
혹시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께 새집 다오 라는 노랫말을 아십니까?
제가 어렸을 때에는 밖에 나가서 놀 때에 두껍아 두껍아 헌집줄께 새집다오 라고 하면서 손등에 모래를 쌓아 두드리며 집 짓던 놀이를 자주 했었습니다.
지금 그 말의 의미를 생각해 보니 참으로 속없이 불르며 하던 놀이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두꺼비가 집을 지을 때 그해 겨울이 따뜻하면 얕게 들어가 집을 짓고 그해 겨울이 아주 추우면 땅 속 깊이 들어가 짓는 다고 합니다.
이렇게 두꺼비는 해마다 집을 새로 짓고 한 번 나온 집을 다시 들어갈 때에는 꼭 새집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새 집에 들어갈 때에는 집을 나올 때에는 세상에 없었던 새 두꺼비가 들어갑니다.
자기 때문에 새집을 짓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 태어난 두꺼비인 새 두꺼비를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새포도주는 새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 말씀대로 해마다 새술은 새부대애 담았으면 그 때부터 지금까지 2천여번의 새로운 부대를 만들었을 것입니다.
이 말은 결국 2천여번의 새로운 맛과 향을 지닌 포도주가 해마다 탄생했다는 말과도 같을 것입니다.
해마다 담그는 각각의 포도주의 특유의 맛과 향이 그 자체로 어떤 가치가 있다는 말씀입니다.
그 가치는 숫자로 따질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비와 구름과 바람과 햇볓이 해마다 다른 맛과 향을 지닌 포도를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몰론 오늘 이 말씀을 새술은 새부대를 내용으로 보면 중요한 것은 부대가 아니라 포도주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포도주를 잘 보관하기 위해서 새 부대를 써야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헌 부대에 담아도 터지지만 않는다면 포도주를 궂이 매번 새 부대에 담아 부대를 낭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포도주를 새 부대에 담는 것은 새 포도주가 쏟아져 버리지 않게 하기 위함입니다.
그렇게 보면 새포도주를 새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씀은 겉이 아니라 속의 중요함에 있다는 것과도 같은 의미입니다.
속의 내용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큼직한 물독이 6개라도 속이 비어있으면 아무 쓸모가 없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속이 비어 쓸모 없이 내버려진 것을 쓸모있고 유용하게 하시러 오셨습니다.
술이든 물이든 빈 속이 채워질 때 그 부대도 쓸모가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에게 예수님은 새술로서 새신랑으로 다가오십니다.
우리또한 우리 마음이 바다처럼 넓고 관대하게 되어 새술을 담는 새부대로 그리고 새신랑을 맞이할 새신부로 예수님을 맞이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예수님은 빛이기 때문입니다.
빛을 지니게 되었는데 새것이 안되는 피조물은 이 세상에는 없습니다.
빛은 언제나 우리를 새롭게 변화시키기 때문입니다.
오늘 하루 매일 빛으로서 새롭게 다가오시는 예수님안에서 예수님의 빵과 포도주로 우리의 새로운 마음을 가득 채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