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 부활제3주간 토요일 요한6,60ㄴ-69 생명을 주는 말씀
대전정하상교육회관 책배달 갔는데 마침 점심 식사시간이 되어 함께 식사를 하게되었습니다.
한사코 같이 먹자고 해서 따라 가기는 했으나 그곳 신부님과 수녀님들 직원들과 웬지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뷔페 형식으로 정갈하게 차려진 식탁에 물론 공짜로 식사하는 겁니다.
그리고 수저만 한두벌 더 얹어서 그들을 위해 차려진 음식을 함께 나눈다고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밥을 조심스럽게 조금만 덜어서 먹었습니다.
그러고도 배부르게 잘 먹었다고 아양을 떨었습니다.
사실 그날은 금요일이라 메뉴가 아주 깔끔했기도 했습니다.
그날 저녁 수도원에 돌아와서 밥을 먹는데 밥 주걱을 쥐는데 어깨에 힘이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밥을 많이 펐습니다. 반찬도 많이 덜었습니다.
그리고 실컷 배부르게 먹고도 뭐 별거 먹었냐는 듯이 당당했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너희도 떠나고 싶으냐" 하고 물으십니다.
이에 베드로가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하고 대답합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제자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생명의 빵"에 관한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이 말씀은 듣기가 너무 거북하다"며 투덜거렸습니다.
이 일이 일어난 뒤로 제자들 가운데에서 많은 사람이 되돌아가고 더 이상 예수님과 함께 다니지 않았다고 전해줍니다.
인간은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먹고 살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늘 항상 좀 더 편하고 잘 먹을 수 있을지에 촉각이 세워집니다.
어쩌면 제가 수도원에 들어와서 예수님을 따른다고 꼼지락 거리는 것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릅니다.
처음에 마음이야 좀 더 거룩하고 열성에 가득차 십자가를 들먹거렸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잘 먹고 잘 마시기 위해 혈안이 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나약한 내 모습에 한없이 부끄러워집니다.
예수님은 영에 관해서 말씀하시는데 나는 육에 관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너희에게 한 말은 영이며 생명이다"고 말씀하시는데 나는 오늘 반찬은 뭐 나올까? 하며 기대를 합니다.
생명을 주는 말씀이라는 것은 정화와 관련됩니다.
"너희는 내가 너희에게 한 말로 이미 깨끗하게 되었다"고 이어서 15,3에서 말씀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내가 생명을 누린다는 것은 계속해서 정화되어가는 과정에 있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내가 계속해서 정화되지 않으면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할 것입니다.
어느새 병들어 쓰러지고 말 것입니다.
그러니 예수님의 말씀의 힘으로 우리의 헌신적인 수고로움은 오늘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기계처럼 누군가를 위해서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정화하는 것입니다.
끊임없이 분리하고 치우고 정돈하고 비워냅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세상이 아무리 좋은 먹거리 입을 거리 누릴 거리가 즐비하다 하더라도
어느새 그것들은 쓰래기더미에 지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음어지지 않은 언행으로 병들어가는 요즘 예수님의 생명의 말씀이 더욱 목마른 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