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해 부활제6주간 화요일 요한16,5-11 오소서 성령이여
10여년전에 광산체굴 반대운동을 벌이다 법정소송에 휘말리게 된 꽃동네가 8년간의 소송 끝에 결국 무죄판결을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꽃동네를 조사해서 사기협의를 캐던 담당 직원과 검찰 직원들이 천주교로 개종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 저는 가슴이 벅차오르고 코끗이 찡해졌습니다.
수녀님들과 수사님들 그리고 의탁할 곳 없이 살아가는 천사들의 삶이 어떠했길래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요?
비리를 캐서 사회 매스컴에 고발하려고 혈안이 되어있던 사람들이 어떻게 마음을 바꾸어 천주교로 개종할 수 있었을까요?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제 나는 나를 보내신 분께 간다 하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을 듣자 제자들은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근심 걱정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자들은 예수님이 가는 길이라면 어디라도 함께 가겠다고 다짐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예수님이 세상의 죄를 뒤집어 쓰고 죽음에 처해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자 제자들은 근심이 가득차서 아무 말도 못합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예수님이 죄인이 된다는 말을 믿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바리사이나 사두가이 중에 누군가가 그렇게 된다면 합당하고 옳은 일일지라도
아무 죄도 흠도 없으신 분이 죄인으로 죽음에 처해진다는 사실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렇게 이스라엘에서 죄와 죽음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었고 죄인은 죽음에 처해졌습니다.
성경에서는 사람이 죽게 된 것은 죄가 사람 속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이번에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에서 사말교리에 관한 지침서가 나왔는데 거기에서 죄와 죽음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비록 사람이 죽을 본성을 지니고 있지만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죽지 않도록 정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죽음은 창조주 하느님의 뜻과 어긋나는 것이으며, 죽음은 죄의 결과로 세상에 들어왔습니다.
따라서 인간이 죄를 짓지 않았다면 육체의 죽음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인간에게 영원한 소멸의 공포를 안겨주는 죽음은 마지막으로 파멸되어야할 원수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죽음의 공포 때문에 한평생 종살이에 얽매여 있는 이들을 풀어 주시려고 당신 아드님을 세상에 보내 주셨습니다.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죽음과 부활을 통하여 우리가 죽음에서 벗어나 부활의 영광에 참여할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다음과 같이 고백합니다.
이제 그리스도께서는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셨습니다.
죽은 이들의 맏물이 되셨습니다.
죽음이 한 사람을 통하여 왔으므로 부활도 한 사람을 통하여 온 것입니다.
아담 안에서 모든 사람이 죽는 것과 같이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사람이 살아날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와 하나되는 세례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그분과 함께 새로운 삶을 살아 갈 것이라고 믿고 희망합니다.'
그 믿음으로 희망하는 분이 누구이십니까?
바로 예수님께서 보내시겠다고 하신 우리의 보호자 곧 성령이십니다.
예수님은 비록 떠나시지만 곧 보호자이신 성령을 보내시겠다고 하십니다.
보호자이신 성령께서 오시면 세상의 죄와 의로움과 심판에 관한 그릇된 생각들을 밝히실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의 믿음은 세상의 그릇된 믿음을 빍힙니다.
믿음은 인간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에게서 나옵니다.
믿음이 없는 사람은 저 사람은 죄인이다하고 서슴없이 고발합니다.
예수님은 죄를 없애시지 사람을 없애시지 않으시는 분입니다.
죄는 언제나 더러운 상태 그대로지만 사람은 항상 깨끗해 지기 때문입니다.
죄가 사람을 더럽힐 수 있어도 사람을 변형시킬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죄에 관하여 잘 못 생각하는 것은 예수님을 믿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매질을 당한 바오로와 실라스는 가장 깊은 감방에 같혀서 차꼬에 채워집니다.
거기서 바오로와 실라스가 어떻게 했습니까?
울며불며 통곡하며 하느님을 실컷 원망했습니까?
아닙니다. 오히려 찬미가를 부르며 기쁨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성령이 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억울한 상황에서 저런 기쁨과 찬미가 나올 수 있습니까?
그들을 지키던 간수의 굳은 마음이 갈라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초부터 흔들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보호자이신 성령이 임했기 때문입니다.
성령이 임하시자 바오로와 실라스를 죽이려고 혈안이 되었던 간수는 온가족과 더불어 세례를 받습니다.
우리의 보호자이신 성령께서 오시면 세상의 그릇된 생각들을 밝히신다고 했습니다.
오늘 하루 우리 마음이 성령으로 불타올라 기쁨과 행복이 충만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