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한머금

다해 주님탄생예고대축일 월요일 루카1,26-38 천사의 역할(스승)

jasunthoma 2013. 4. 8. 05:11

엊그제 봄비가 조금 왔는데 산에는 눈이 내렸다고 합니다.

꽃샘추위가 온 것 같습니다.

시골에서는 모내기철이 다가오면 논에 물을 가두어 두어야 하는데 언젠가 한 번은 심하게 가물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럴 때에는 모를 내는 것이 아니라 아예 호미로 심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렇게 심었던 자리를 파고 또 심을 때입니다.

논바닥에서 흙먼지가 날 정도로 가물어도 농부는 심고 또 심습니다.

그런데 계절이 지나고 가을이 오면 그토록 가망 없어 보이던 그 자리가 어느새 황금들녘으로 물듭니다.

개꼬리마냥 복스럽게 알곡이 주렁주렁 달립니다.

가을 바람에 살랑살랑 꼬리를 치며 영급니다.

 

오늘은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입니다.

예전에는 성모영보 대축일이라 하였다고 합니다.

주님탄생예고는 성모영보와 조금 다른 의미에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성모영보라는 명칭에서는 말씀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성모 마리아의 역할이 중요하게 전해진다면

주님 탄생 예고에서는 마리아보다 주님 탄생을 예고하는 천사의 알림이 더 비중있게 다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실재로 본문을 보아도 천사의 알림이 세 부분에 걸쳐 길게 서술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마리아의 역할이 덜 중요하다는 것은 결코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마리아에게 다가가서 하느님의 메시지를 전하고, 그 사실을 마리아가 믿을 수 있도록 상황을 제시하고, 이어서 마리아가 기꺼이 믿고 따를 수 있도록 자세히 설명해 주는 천사의 역할도 중요하게 다가 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이를 낳는다는 천사의 말은 인간적으로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불가능한 일을 가능한 것 처럼 전해주었던 이가 바로 천사입니다.

마리아가 이 말을 믿지 못하고  거부라도 할까봐

그것도 아주 상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왜 그렇게 했을까요?

우리 곁에도 자세히 살펴보면 그런 사람들을 흔히 찾아 볼 수 있습니다만,

사람들 중에서는 안 될 일도 되게 이야기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누구를 지칭하기는 좀 곤란하겠지만,

될 일도 안되게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긍정적인 사람이 있고 부정적인 사람이 있습니다.

물론 둘 다 중요합니다.

안 되는 것을 안된다고 말하지 못한다면 아마도 세상의 모든 배는 산에 올라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분명히 안 되는 일이었는데 좀 지나다보면 그일이 이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불가능한 일이 가능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 일이 되고 안 되고는 우리의 몫이 아닙니다.

지나 보면 어느새 그 일이 하느님의 몫인것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는 하느님이 이루어 주실 일을 섣불리 결정을 해 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야 하는 지를 생각하는데에 있습니다.

그 일이 잘 되고 안되고는 그 다음에 드러나는 하느님의 뜻입니다.

 

하지만사람이 사람을 설득한다는 것은 말처럼 그리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람끼리도 서로의 뜻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데 하물며 하느님의 일을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일 수가 있을까요?

그런 일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믿음을 주는 역할을 오늘 천사가 했습니다.

주님 탄생 예고의 핵심은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는 천사의 알림입니다.

오늘 하루 예수님 안에서 좋은 소식 기쁜 소식을 전하는 천사의 역할을 할 수 있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