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한머금

다해 사순제2주간 월요일 루카6,36-38 마음의 되(스승)

jasunthoma 2013. 2. 25. 04:40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너희가 되질하는 바로 그 되로 너희도 되받을 것이다고 말씀하십니다.

주기만 하면 받는다하십니다.

그것도 누르고 흔들어서 넘치도록 후하게 되어 우리 품에 담아 주실 것이라 하십니다.

그런데 무엇을 주어야 할까요?

무엇이든 주기만 하면 그렇게 넘치도록 받는다는 뜻일까요?

 

저희 수원 공동체에는 밤나무가 많았습니다.

지금은 거의 베어지고 몇 그루 남지 않았지만 몇 해 전만해도 약 50여그루 정도있었습니다.

대부분 오래된 거목입니다.

그런데 가을만 되면 신경이 곤두섭니다.

밤이 익기 전부터 다 익어 떨어질 때까지 불청객들이 지나가기 때문입니다.

다들 한 베낭씩을 짊어지고 갑니다.

군용철책 울타리를 치지 않는한 어떻게 막을 길은 없어보였습니다.

그래서 철사줄을 길게 치고 개를 한마리 묵어 감시하도록 했습니다.

드디어 어느날 이른 아침 묵상시간인데 개 짖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묵상이고 뭐고 뛰어 올라갔습니다.

중년의 아저씨가 다른 개 한마리와 늦둥이 아들처럼 보이는 어린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듯 했습니다.

개가짖어 제가 올라가면 대부분 옆으로 도망가버리는데 이들은 여유롭게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건너편 언덕 가구공장 옆에 산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들고있던 비닐봉지에 밤이 몇개 들어있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저는 아이가 있는데서 그 아저씨에게 면박을 주었습니다.

아래를 보니 우리개와 그쪽 개는 서로 좋아서 꼬리를 흔들며 사귀고 있는데

저는 그 아저씨를 마주보며 개처럼 으르렁거렸습니다.

그동안 다녀갔던 불청객들에대한 불만을 쏟아 부었던 것입니다.

묵상하던 중에 나와서 이게 무슨 꼴인지 생각하니 씁쓸해졌습니다.

그래서 학교가는 길에 자전거에 밤을 한 소쿠리 실었습니다.

그 아저씨와 아이와 부인이 나왔습니다.

저는 밤을 건내며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해마다 가을이면 밤을 나누어 드렸습니다.

한번은 이 아저씨가 자기는 받기만 하니 미안하다고 하시면서 필요하다면 붙박이 가구를 하나 만들어주고 싶다고 하시는 겁니다.

남은 자투리를 이용해서 만들것이니 염려말라고 하십니다.

저는 괜찮다고 하며 사양하고 학교를 갔습니다.

그런데 마침 학교 통학생 회의실을 꾸미는데 책장이 몇개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돌아오는 길에 들러 말씀드렸습니다.

며칠 뒤 근사하고 튼튼한 책장을 학교에 싣고와서 설치해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처럼 우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기를 바라십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과 하지 못하는 것을 분명히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비판하고 단죄하는 것은 하지말고

용서하고 베풀어 주는 것은 내가 먼저 시작하길 바라십니다.

남을 심판하거나 판단하는 일은 하지 못하게 하시는 반면 형제를 용서하는 일은 하라고 하십니다.

판단과 단죄는 머리로 하지만 용서는 마음으로 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머리로 하지말고 마음으로 용서하기를 원하십니다.

오늘 하루 예수님 안에서 우리 마음의 되로 후하게 되질하여 서로의 허물을 용서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