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해 사순제1주간 목요일 마태7,7-12(딸) 2012년 12월 31일-송년미사 미공개 강론 공개사용 - 마태7,7-11 넘치는 축복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청하여라, 찾아라, 문을 두드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무엇이든 청하기만 하면 청하는 대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청하는 것보다 더 많이 더 좋게 더 의미있게 해 주신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무엇이든 구체적으로 청하게 되지만 주님께서는 그 구체적인 것과 더불어 온전한 것을 주십니다.
우리는 부분적인 것을 요구하지만 주님께서는 전체적으로 이루어 주신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호박이 넝굴째 굴러들어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호박이겠지만 사실은 넝굴도 필요합니다.
만약 호박만 갖다 준다 해도 우리는 호박을 통째로 먹지는 않습니다.
껍질은 벗겨내고 또 속은 파냅니다.
내가 먹고싶은 부분만을 먹습니다.
내가 먹고싶은 것이 호박이라고 해서 호박만 주어진다면 호박보다 넝굴을 더 좋아하거나 호박 껍질과 속을 더 좋아하는 가축들은 먹을 것이 없게 됩니다.
이렇듯 하느님의 축복은 언제나 넘치도록 베풀어집니다.
제가 수도원에 입회하던 날 한 가지 기도를 드렸습니다.
어떤 어려움이 오더라도 주님께 온전히 바쳐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청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제가 너무 욕심을 부린 것 같습니다.
주님께서는 제가 조금만 바치겠다고 해도 통째로 받아들이실 분이신데
아무것도 모르고 호박넝굴처럼 저를 온전히 바치겠다고 청을 드렸으니 이제는 어찌되는 걸까요?
그래서 기도를 드릴 때에도 무엇을 좀 알고 난 다음 기도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무엇이든 청하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고 여겨집니다.
아무것도 청하지 않는 것이야 말로 사악한 풍조가 아닐까합니다.
주님께서는 주어진 것도 활용하지 않는 종에게는 칭찬을 하지 않습니다.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은 주님의 은총이라는 말이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무엇이든 우리가 가볍게 청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먼저 시작해야하고 마지막까지 지속해야할 중대한 기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 하루 예수님 안에서 지금까지 우리는 무엇을 청했는지, 누구를 찾았는지, 어느 문을 두드렸는지를 살펴보고
남은 사순시기가 축복 받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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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무엇을 청하든지 '남이 나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나도 남에게 해주라'는 마음가짐이 중요함을 말씀하고 계십니다.
그것이 곧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입니다.
구약은 율법으로 시작하고 예언서로 마침니다.
이렇게 시작과 마침을 기도로 봉헌되기를 바라십니다.
그런데 그 기도는 누가 누구에게 드릴 때 이루어 주신다는 말씀일까요?
무엇을 청하든 내가 나를 위하여 청하는 것이 아니라 청하는 이의 청을 내가 대신 청할 때에 주님께서는 그보다 더 좋은 것을 주신다는 의미로 이해됩니다.
비록 나를 위한 청은 허름하고 부족한 모습으로 청해지지만 주님께서는 내가 청하는 이의 청은 온전히 좋은 모습으로 이루어 주시기 때문입니다.
어머니가 동태국을 끓이셔서 먼저 동태대가리를 건져가시듯이 언제나 자녀를 좋은 것으로 배불리실 때 주님의 뜻은 이루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