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해 연중제5주간 재의예식다음목요일 루카9,22-25 두가지 십자가(성바)
제가 수도원에 들어온 이유가 무엇이었을까를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몇 가지가 떠오르는데 그 중에 하나가 새벽미사입니다.
지금은 늘 새벽미사에 나올 수 있지만, 오히려 안 나오면 이상한 사람이 되지만
제가 한참 본당 활동을 할 때에는 매일 성당에는 나갈 수는 있어도 매일 미사에는 참례할 수 없었습니다.
빨리 퇴근하거나 휴가를 내지 않는한 평일미사에 참례한다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매일 미사를 봉헌하는 분들이 부러웠습니다.
하지만 간혹 월요일이면 어머니를 모시고 새벽미사에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처럼 사회생활을 하면서 신앙생활을 하기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두마리 토끼를 쫓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모든 것을 버리고 신앙생활에 매진하려는 마음으로 수도원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런데 입회해서 지원기를 보낼 때 갈등이 무척 심했습니다.
모슨 수도원에 들어온 것이 아니라 다시 어느 회사에 입사한 것 같았습니다.
매출이 어떻고 원가가 어떻고 몇 프로에 맞춰야하고 얼마를 송금해야하는 등
사회생활보다 더 복잡해 보였습니다.
성당 분위기는 컴컴허니 수도원 같은데 하는 일은 출판에 인터넷에 음악에 영화에 온통 정신이 빼앗길 정도로 개방된 것에 놀랐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누구든지 당신을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당신을 따르기를 바라십니다.
모든 것을 버리되 자신의 십자가는 지니고 예수님을 따라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면 예수님의 십자가는 무엇이었습니까?
인간적으로 보면 보잘 것 없는 나자렛 사람인 당신이 하느님의 자녀였다는 사실이 당신의 십자가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따로 간곡히 드린 기도가 많이 있겠지만,
매일 매일 하루도 빠짐 없이 드린 기도가 무엇이었을까하고 생각해보면
그중에 하나는 인간인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십자가를 끝까지 버리지 않도록 바라는 것이 아니었을까합니다.
그만큼 인간이면서 하느님의 자녀로 살아간다는 것은 많은 어려움을 감수해야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녀야할 십자가는 무엇입니까?
바리사이나 율법학자들에게 십자가는 입에 올리기도 껄끄러운 저주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되도록이면 십자가를 멀리하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십자가를 지고 고난을 겪고 배척을 받아 죽임을 당하는 것이 우리의 매일매일의 삶속에 자리 잡기를 바라십니다.
십자가를 버리고서는 누구도 하느님의 자녀로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 하루 예수님 안에서 인간으로서 그리고 하느님의 자녀로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