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한머금

다해 연중제3주간 토요일 주님봉헌축일 루카2,22-40 봉헌의 순간(딸)

jasunthoma 2013. 2. 2. 04:42

제가 첫서원으로 수도원에 봉헌된 날이 엇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 흘렀습니다.

그저 시간만 흘렀습니다.

 

요즘은 KTX가 생겨서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예전에 서울역에서 막차를 타면 지방에 내려가서는 첫차를 탈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방에 도착하여 첫차를 타고 움직이려면 서울에서는 으레 막차를 탔던 기억이 납니다.

지방에서 서울 올라올 때에도 마찬가지 입니다.

 

오늘은 주님 봉헌 축일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아기 예수님은 성전에 봉헌됩니다.

그런데 아기 예수님을 두 팔에 받아 안은 시메온의 노래가 흥미롭습니다.

그 첫 구절을 이렇게 시작합니다.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그토록 기다리던 사람이 나타나셨는데 "이제야" 오셨다는 말입니다.

내가 기다리던 그 많은 세월동안 오시지 않다가

목이 빠지라 기다렸는데 다 늙어서 죽을날이 목전에 다가오자 겨우 나타나신 겁니다.

그것도 한 낮에 사람들이 많을 때에나 아침 저녁으로 정해진 시간에 인파에 휩쓸려 나타나신 것이 아니라

늦은 밤 마지막 끝이 되어서야 나타나신 겁니다.

그런데 사실은 마리아와 요셉은 이미 와 있었습니다.

텅빈 성전에 왠 젊은 부부가 아기를 안고 조용히 앉아 있었습니다.

시메온이 아기를 받아 안을 수 있었던 것은 정해진 시간이 아닌 성령에 이끌린 시간이 왔기 때문입니다.

평소같으면 성전에 들어갈 시간도 아닌데 그때는 성령이 그의 발을 성전으로 이끌었던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봉헌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길 수 있습니다.

먼저는 아기를 봉헌하기 위하여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으신 마리아와 요셉의 봉헌입니다.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독실하게 살면서 기도로 성령을 맞이한 시메온과 한나의 봉헌입니다.

셋째로 이 모든 것을 완전한 봉헌의 삶으로 완성시키시는 아기의 자기 헌신적 봉헌입니다.

 

한 때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내가 오늘 바치는 이 끝기도가 끝기도가 되지 않고 새벽을 여는 첫기도가 되게 해 주소서.

오늘 하루 우리가 드리는 봉헌의 삶의 순간순간에 머물러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