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허
“누구든지 이 어린이처럼 자신을 낮추는 이가 하늘 나라에서 가장 큰 사람이다”, “너희는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업신여기지 않도록 주의하여라”(마태18,1-5.10)
자신을 낮추는 이를 업신여기는 시대다.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노래가사에도 이런 말이 맴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나는 놈 위에 뭘 좀 아는 놈’
이렇듯 뭘 좀 알아서 아는 척해야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 세상이다.
정말 아는 사람은 아는 척하지 않는데, 본성적으로 알아서 조용한 이를 무시하는 시대다.
포도주가 꽉 찬 통은 속에서부터 울림이 생기지 않는다.
포도주가 다 빠지고 빈통이라야 우는 소리가 난다.
속이 비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정말 아는 사람은 요란스럽지 않다.
그런데 조용하고 정적인 사람보다 유쾌하고 동적인 사람이 더 인정받는 시대다.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요즘 세태를 철부지 아이의 모습으로 지적하셨다.
‘우리가 피리를 불어도 너희는 춤추지 않았고 우리가 곡을 해도 너희는 울지 않았다(루카7,32-34)’
이렇듯 철없는 아이들은 전체적으로 모르고 부분적으로만 알기에 우격다짐을 일삼는다.
그래서 빵과 포도주를 먹지 않는 세례자 요한을 보고 ‘마귀들렸다’하고
무엇이든 잘 먹는 예수님을 보고 ‘먹보요 술꾼’이라고 외쳐대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 ‘이 작은 이들’이란 몰라서 조용한 사람이 아니고 없어서 자신을 낮추는 사람이 아니다.
유행어가 아니라 영성생활로 말을 해야한다.
그래서 어린이처럼 자신을 낮추는 이는 이 세속살이에서는 가장 작지만 ‘영성생활에서는 가장 큰 사람’인 것이다.